北 국경부근 탈북자가족 수용소 격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9일 03시 00분


南정착한 탈북자들 반북활동에 대한 경고인듯작년 협동농장 개조… 회령 300가구 수용 예정

최근 북한이 국경 일대에 거주하는 탈북자 가족을 통제구역으로 강제 이주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정치범수용소와는 별개로 북한에 ‘탈북자 가족수용소’라는 또 다른 형태의 인권 불모지가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대북소식통은 8일 “함경북도 회령시에서 추방 대상으로 분류된 탈북자 가족들이 7일 함경남도로 떠났다”고 전했다. 이를 시작으로 회령시에서 곧 300여 가구가 추방될 예정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강제 이주될 사람들은 가족이 탈북해 한국에 들어온 것으로 북한 당국에 의해 확인된 사람들이다. 또 북한 당국은 행방불명자가 있는 가구에 대해서도 한국행 여부를 계속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5일 회령시에 노동당, 군, 보위부로 구성된 합동특별조사단이 파견됐다고 한다.

회령에서 추방된 이들이 향한 곳은 함남 금야군의 한 협동농장으로 이곳에는 주민들의 왕래를 막기 위해 철조망과 차단초소, 경비막사 등이 지난해에 만들어졌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은 2005년에도 회령에서 탈북자 가족 200여 가구를 함남 신흥군과 단천시 등 산간오지로 추방했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한국에 있는 가족이 보내준 돈으로 탈북 자금을 마련해 탈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경험한 북한 당국은 이번에는 아예 별도로 추방지역을 만들어 탈북자 가족을 고립시키고 한국과의 연락을 감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회령은 북한에서 탈북자가 많은 도시로 꼽힌다. 인구는 14만 명이지만 가구 수는 무려 8만 가구나 된다. 가족 중 일부가 탈북해 1, 2인 가정이 많은 까닭이다. 북한의 탈북자 가족 추방 움직임은 회령에만 국한되지 않고 북-중 국경 전역에서 포착되고 있다. 대북 매체 데일리NK도 1일 “양강도에서 탈북자 가족 1000가구를 추방 명단에 올렸다”고 보도했다. 대북소식통은 이번 추방 조치는 내부의 기강을 잡기 위한 김정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7일 열린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2기 4차 회의에서 실세인 국방위원회 행정국장 이명수가 인민보안부장에 임명된 것도 주민들을 강력하게 옥죄겠다는 신호로 보인다.

북한이 국경 일대의 탈북자 가족을 추방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풀이된다. 하나는 외부 정보 유입의 창구가 되는 탈북자 가족을 추방해 내부 동요를 막겠다는 것. 또 하나는 대북전단 살포 등 반북 활동을 벌이는 탈북자들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볼 수 있다. 가족들이 피해를 당하니 알아서 그만두라는 신호인 셈이다.

다른 주민들의 불만과 동요를 막기 위한 목적도 크다는 분석이다. 한국에 간 사람이 있는 집안엔 무조건 시집을 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탈북자 가족들은 한국에서 송금한 돈을 받아 북한에서 상대적으로 부유하게 살고 있다. 이에 북한 사회에서는 “노동당 말을 잘 따르면 거지가 되고 듣지 않아야 부자가 된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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