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委 ‘컨트롤 타워’ 아닌 설득하는 ‘플래닝 타워’ 만들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9일 03시 00분


김도연 초대 국가과학기술위원장 인터뷰

국내 과학기술 연구개발(R&D)을 진두지휘하게 될 김도연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초대 위
원장은 8일 “방사능 오염, 구제역 등 과학기술 관련 이슈가 생기면 과학자들이 빠르고
정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국내 과학기술 연구개발(R&D)을 진두지휘하게 될 김도연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초대 위 원장은 8일 “방사능 오염, 구제역 등 과학기술 관련 이슈가 생기면 과학자들이 빠르고 정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는 지난달 28일 대통령 비상설 자문위원회에서 실질적인 행정 권한을 갖는 상설 위원회로 재탄생했다. 국과위는 올해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14조9000억 원 중 인문사회와 국방을 제외한 약 75%(약 11조 원)의 예산을 배분·조정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하지만 지난해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기로 했다가 장관급으로 바뀌는 등 국과위 출범까지 애로사항도 많았다. 초대 수장을 맡은 김도연 위원장(59)은 앞으로 과학기술 이슈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원자력 발전의 필요성, 방사능 오염 등에 관한 사회적 논란이 뜨겁다. 국과위는 이 이슈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우리나라에서 에너지 문제는 가장 중요한 이슈다. 원전은 국내 전기의 약 40%를 만드는 등 큰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환하고 따듯한 전기를 공급해 주던 원전이 어느 날 갑자기 방사능 오염의 발원지가 되면서 걱정거리가 됐다. 이번 원전 사태는 과학기술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정확한 정보를 국민에게 알려서 (방사성 물질 등이) 실제로 우려할 상황인지 아닌지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국과위는 이번 원전사태뿐 아니라 과학기술과 관련된 재난과 재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재난·재해특별위원회’(가칭)를 설립할 계획이다. 이 같은 내용을 7일 첫 번째 회의에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재난·재해특별위원회’는 어떤 기능을 하게 되나.

“특별위원회를 만들고 민간 전문가 등을 모셔서 쓰나미,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방사능 문제 등에 좀 더 조직적으로 대응할 생각이다. 위원장은 민간 전문가가 맡게 될 것이며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 영입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특별위원회는 상설 조직으로 운영할 것이다. 앞으로 위원을 몇 명으로 할지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해 갈 계획이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이 뜨거운 이슈인데….

“(과학벨트와 관련해) 할 일이 있을 것이고 중요한 업무가 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입지 선정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있다. 용지와 운영 계획 등이 확정되면 과학벨트에서 어떤 연구를 할 것인지 등의 ‘콘텐츠’에 대한 논의를 국과위가 하게 된다.”

―7일 국과위의 첫 번째 회의가 열리고 대통령도 참가했는데 분위기는 어땠나.

“아주 좋았다. 대통령과 2시간이나 같이 회의를 했다. 대통령은 ‘내가 하려고 했는데 당신한테 뺏겼다’는 농담도 했다. 국과위와 과학기술계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뜻으로 생각한다. 에너지, 환경, 세계화, 남북통일 등 대한민국이 해결해야 할 이슈를 대비하고 준비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과학기술이 이러한 기대에 크게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 기획재정부 등과 협조하면서 일해야 한다.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은데….

“국과위는 신혼부부가 처음 살림하는 것과 같다고 본다. 여러 가지로 부족하다. 시간을 갖고 차근차근 준비하고, 국과위가 더 할 수 있는 일도 찾아낼 것이다. 특히 국과위가 범부처적인 성격을 지닌 만큼 다른 부처와의 협력에 신경 쓰겠다. 대통령도 어제 회의에서 ‘부처 이기주의를 극복해야 하는데 이 정도 인력(8일 현재 122명)으로 할 수 있겠느냐’고 걱정했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핵심은 합리성이라고 생각한다. 합리성에 근거를 둔 제안을 하고 설득을 하면 시간은 걸리겠지만 다른 부처에서 동의해 주리라 믿는다.”

―과학기술자들은 정부 출연연구소가 어떻게 통폐합될지 관심이 많다. 방향은 정해졌는지…(현재 교과부와 지경부에는 13개씩 총 26개의 과학기술 관련 정부 출연연구소가 있다).

“정부 출연연구소들은 여러 측면에서 변화해야 한다. 연구소의 연구자들도 동감하는 것 같다. 우리 사회가 산업사회에서 정보통신 시대, 융합 시대로 바뀌고 있는데 출연연구소들은 산업화 시대에 만들어져서 그 프레임(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전반적인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혁신, 개혁을 하는 것은 적당치 않다고 생각한다.”

―출연연구소 통폐합 등의 작업은 언제 이뤄지나.

“(교과부, 지경부 등) 관련 부처에서 어떻게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7일 회의에서도 대통령에게 빨리 결론을 내야 한다고 보고했다. 출연연구소가 이 문제로 우왕좌왕하고 있어서 어떤 결론이든 빨리 내야 할 것 같다.”

―국과위를 앞으로 어떻게 이끌 것인가.

“국과위를 보통 ‘컨트롤타워’라고 말한다. 그런데 출연연구소의 관점에서 보면 ‘컨트롤 당한다’는 느낌을 준다. 국과위는 통제하는 조직이 아니다. ‘컨트롤타워’라는 말 대신 ‘과학기술 플래닝 타워’로 불러 달라. 국과위는 상위기관으로서 힘을 갖고 조정하고 하는 그런 조직은 아니며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어서 설득해 가면서 일을 할 것이다.”

김규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youtae@donga.com  
■ 김도연 위원장은


▶1952년 출생
▶1974년 서울대 재료공학과 졸업(학사)
▶1976년 한국과학원(현 KAIST) 석사
▶1979년 프랑스 블레즈파스칼대 박사
▶1982년 서울대 공대 무기재료 공학과 교수
▶2005년 서울대 공대 학장
▶2008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2008년 울산대 총장
▶2011년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2011년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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