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현대 옥죄기로 南정책 압박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1일 03시 00분


北 “현대 금강산관광 독점권 취소” 속내는

정부는 북한이 현대그룹의 금강산관광 독점권을 취소한다고 밝힌 데 대해 “사업자 간 계약 및 당국 간 합의 위반”이라며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정부 소식통은 10일 “중국에 협조를 요청하고 국제법적 대응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효성 있는 대응책 마련이 쉽지 않아 고심하고 있다.

○ 외화벌이 위한 협박, 中 협조가 변수


북한이 지난해 4월 현대아산과의 금강산관광 계약을 무효라고 선포한 지 1년 만에 ‘독점권 취소’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현대의 옆구리를 찔러 한국 정부에 금강산관광 재개를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아울러 남측과의 해결이 어려울 경우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해 외화를 벌어들이겠다는 노림수가 깔려 있다.

북한이 현대의 독점권 취소를 통보하면서 “해당 기관에 관련한 법적 조치를 취해줄 것을 제기했다”고 밝힌 만큼 후속조치를 잇달아 발표할 수 있다. 특히 금강산 내 외금강호텔, 해금강호텔, 비치호텔 등 현대아산이 소유한 시설을 중국인 관광객이 이용하도록 할 수 있다.

정부는 중국 측에 협조를 요청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정부는 지난해 4월 북한의 계약 무효 선언 후 유인촌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명의로 중국 국가여유국장(관광장관)에게 공한(公翰)을 보내 협력을 요청했다. 이후 중국 당국은 7월 초 자국 여행업체들에 북한 금강산관광 상품 판매를 중단하라고 지시해 중국인들의 관광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이번에도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다. 북핵 6자회담 재개 방안을 두고 치열하게 공방 중인 양국 간의 서먹한 관계가 부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 국제 재판을 통한 북한 압박


정부는 법적인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 금강산관광 합의는 현대아산과 북한 아태평화위가 체결한 사업계약서를 바탕으로 한다.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제도적 지원은 4대 남북경제협력합의서에 규정돼 있다. 이 중 투자보장합의서에는 분쟁 발생 시 협의로 해결하고 안 되면 남북상사중재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하도록 했지만 이 위원회는 구성조차 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국제 법원으로 가져가는 방법이 거론된다. 북한이 지난해 4월 금강산 계약 무효를 선언했을 때 이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가져가는 방안이 거론됐다. 하지만 ICJ에는 양국의 합의가 있어야 상정이 가능해 북한이 응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국제 법원으로 가져갈 경우 중국 베이징(北京)에 있는 국제상사분쟁법원이 가장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국제 법원 소송은 최종 해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다 실효성 있는 결과를 내기도 쉽지 않다.

○ 당국 간 해결, 그러나 첩첩산중


결국 이 문제는 사업자 간 분쟁 조정이 아닌 당국 간 정치적 결단을 통해 풀어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제성호 중앙대 교수는 “국제 재판소를 통한 해결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정치적 의지를 갖고 로드맵을 짜야 할 사안”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당국 간에 문제를 해결하려 해도 현재로서는 북한이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해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를 보여야 한다는 게 정부의 확고한 태도다. 정부는 금강산관광에 대해서도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 진상 규명 △재발 방지책 마련 △관광객 신변안전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등 3가지 전제 조건을 요구해 왔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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