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선거 원인제공 정치인에 선거비용 부담 등 불이익줘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1일 03시 00분


이종우 선관위 총장 인터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이종우 사무총장(장관급)은 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실시될 230만 명의 재외국민 선거에서 선거법상 투표권이 없는 복수국적자를 가려내는 문제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밝혔다.

선관위 조사 결과 영국 호주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52개국에 거주하는 영주권자 6만8000여 명은 스스로 신고하지 않는 이상 해당국의 국적 취득 여부를 한국에서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 사무총장은 “근소한 표 차로 당락이 결정될 경우 복수국적자가 투표한 사실이 드러나면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12년은 20년 만에 총선 대선이 함께 실시되고 재외국민 선거가 처음 도입되는 해다. 정치권에서는 양대 선거를 앞두고 정치자금법 선거법을 완화하려는 시도로 정치개혁 후퇴 논란을 빚고 있다. 4·27 재·보궐선거 후보등록(12, 13일)을 목전에 둔 시점에 이 총장과 만났다.

―내년 양대 선거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내년 총선부터 대선주자들이 선거 전면에 나서면 이념적 갈등이 극대화될 수 있다. 사후 처벌만으로는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없어 예방활동에 주력할 것이다. 1년 전부터 재외국민 선거운동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재외국민 선거는 예방과 단속이 어렵지 않나.

“이미 한인단체를 중심으로 신고 및 제보 요원을 많이 확보했다. 해외의 선거사범과 연계된 국내 조직을 집중 관리하면 단속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복수국적자는 어떻게 가려내나.

“재외공관에서 선거인명부를 자유롭게 열람하도록 해 재외국민들이 복수국적자를 크로스 체크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재외선거인명부가 확정된 후에는 복수국적을 이유로 선거권 유무에 대해 법적·행정적 이의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투표 이후 제기될지 모르는 혼란을 막기 위해서다.”

―선관위의 정치후원금 규제 완화 의견에 대해 청와대가 정면 비판했는데….

“청와대뿐 아니라 언론과 학계, 시민단체 등에서도 여러 의견을 낼 수 있다. 청와대가 비판했다고 해서 개별적으로 대응하는 건 (독립기관인) 선관위답지 못한 일이다.”

―최근 당선무효 규정 완화를 비롯해 국회의원들의 ‘역주행 법안’이 쏟아지고 있다.

“법의 제정과 개정은 기본적으로 입법권자의 재량행위지만 그들도 국민의 소리를 경청하지 않겠는가. 관련 법안들이 국회 정치개혁특위에 정식으로 회부되면 선관위에서도 검토해 보겠다.”

―선거가 너무 잦아 개헌을 통해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총선과 대선 주기를 맞추면 국민의 피로감을 덜 수 있지만, 반대로 선거 주기가 다름으로써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적 의미도 있지 않나. 어느 것이 옳다 그르다 말할 성격이 아니다.”

―잦은 재·보선으로 막대한 국민 혈세가 낭비된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선거법 위반으로 재선거가 실시되는 경우에만 당선자에게 기탁금과 보전 받은 선거비용을 반환하도록 하고 있는데, 앞으로 이를 확대해야 한다. 다른 선거에 입후보하기 위해 사퇴하거나 법원 판결로 피선거권이 박탈돼 보궐선거가 치러질 때도 원인 제공자에게 불이익을 줘야 한다.”

―지역구 결합 비례대표제(석패율제) 도입에 군소정당이 반발하고 있다.

“지역구 결합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로 정당마다 비례대표 의원 수를 정한 뒤 그 안에서 지역구 결합 비례대표를 추천할지, 아니면 직능대표를 추천할지를 정당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특정 정당에 유불리가 있을 수 없다.”

―정당에 너무 많은 국고보조금이 지급된다는 지적이 있다.

“정당 보조금은 일종의 민주주의 비용으로 볼 수 있지만 대부분의 국고보조가 정당의 기본 유지 비용에 쓰이는 것은 문제다. 지난해 한나라당에 290억 원, 민주당에 238억 원의 국고가 지원됐다. 하지만 정책개발비에 쓰인 돈은 각각 35억 원, 26억 원에 불과하다.”

이 총장의 집무실에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이란 문구가 걸려 있었다. 옛것을 토대로 변화시키되 근본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 정치관계법 개정을 놓고 입법취지와 국민정서를 거스르는 국회의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듯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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