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스캔들’의 핵심 인물인 법무부 출신 H 전 주상하이 총영사관 영사의 컴퓨터가 2월에 이미 파기돼 지난달 현지에 파견됐던 정부 합동조사단이 조사조차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으로 중앙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주상하이 총영사관의 J 영사는 10일 자신에 대한 징계가 부당하다고 해명하는 과정에서 “이런 사실을 최근 알았다”고 밝혔다.
그는 H 전 영사의 컴퓨터가 노후화를 이유로 2월 21일 물리적으로 파기됐음을 확인하는 문서도 제시했다. 파기 시점은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기 전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이 비공개로 감사를 진행하던 때였다. H 전 영사는 파기 이틀 뒤인 2월 23일 사표를 냈다. 이에 따라 총영사관 차원에서 증거를 인멸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노후화에 따른 파기는 총무 담당 영사가 결정하고 컴퓨터의 불용 처분은 기관장에게 보고하게 돼 있다”고 밝혔다. 당시는 김정기 전 총영사가 귀국하기 전이었으므로 김 전 총영사가 컴퓨터 파기를 보고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 관계자는 “부총영사가 보고받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합동조사단은 H 전 영사의 컴퓨터 파기에 별 문제가 없었다고 결론 내렸고, 외교부도 파기 경위에 대해 추가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캔들의 중심에 있는 중국 여성 덩신밍(鄧新明) 씨를 조사하지 못한 상황에서 어떤 경로로 자료가 유출됐는지를 밝혀줄 H 전 영사의 컴퓨터가 파기된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파기 시점으로 보면 충분히 은폐 의혹이 일 만하다.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J 영사는 정부 합동조사단이 제기한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공관 직원들의 개인 신상정보 유출 △덩 씨와 관련한 투서의 파기 또는 은폐 시도 △H 전 영사에게 투서 내용 누설 등의 혐의로 징계에 회부됐다.
J 영사는 “내가 덩 씨에게 정보를 유출했다는 증거로 제시된 것이 내 컴퓨터만 정보 유출 시간에 로그온돼 있었다는 간접 증거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유출된 자료는 외교부 내부 통신망의 화면을 캡처한 것인데, 자신은 화면 캡처 기능을 사용할 줄 모른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자신은 투서의 사본을 폐기하라는 김 전 총영사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며 H 전 영사에게 자초지종을 물은 것이 전부라고 주장했다.
J 영사 외에도 중앙징계위에 회부된 대상자 4명은 제각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으며 일부는 최근 중앙징계위에 소명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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