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법안심사소위에서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표결에 기권한 사유
를 밝힌 뒤 국회 정론관을 떠나는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5일 오전 10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회의실. 유기준 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장이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에 대한 표결을 선언하자 회의실이 소란해졌다.
외통위 민주당 간사인 김동철 의원이 유 위원장이 쥐려던 의사봉을 가로챘다. 외통위원이 아니면서 회의장에 들어와 있던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까지 실력 저지에 가세할 태세였다.
유 위원장이 “찬성하는 분은 일어나 주세요”라고 말하자 소위 위원 6명 중 한나라당 최병국 김충환 의원이 일어났다. 민주당 김동철 신낙균 의원은 그대로 앉아 반대를 표시했다.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은 잠시 일어서 위원장석의 소란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를 찬성의사 표시로 여긴 유 위원장이 4(찬성) 대 2(반대)로 가결을 선언했다. 이에 민주당 김 의원이 “홍 의원은 찬성 표시를 한 게 아니다”라며 이의를 제기하자, 홍 의원은 “저는 기권이에요, 기권”이라고 말한 뒤 회의장을 나가버렸다.
표결의 효력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자 유 위원장은 정회를 선언했다. 오후 2시에 열린 외통위 전체회의에서도 입씨름은 계속됐다. 남경필 외통위원장은 “소위에서의 가·부결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소위의 보고를 받았으니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계속 논의하면 된다”고 최종 정리했다. 외통위는 19일 다시 전체회의를 열어 한-EU FTA 후속 보완 대책을 논의하기로 하고 산회했다. 남 위원장은 “오늘 일은 해프닝”이라고 말했다. 김동철 의원은 “분명 부결이지만 (오늘 일은) 재론하지 않기로 했다”며 회의장을 떠났다. ▼ 19일 전체회의 열어 FTA 후속 보완대책 논의 ▼
김종훈 “강 의원, 공부 좀 하세요”… 강기갑 “국회 무시하나” 15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법안심사소위에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 앉은 사람)이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왼쪽 뒷머리 보이는 사람)을 향해 “말씀 조심하십시오”라고 소리치고 있다. 이에 앞서 김 본부장은 외통위 소속이 아닌 강 의원이 들어와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반대론을 펴자 “강 의원, 공부 좀 하고 이야기하십시오”라고 말했고, 강 의원은 “그 따위 태도를 갖고 있으니까 국회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소리쳤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해프닝의 당사자가 된 홍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한-EU FTA를 지지하지만 물리력을 통한 일방적인 안건 처리에 동참하지 않기 위해 기권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예산안 강행 처리 이후 “물리력을 동반한 일방적 의사진행에 동참할 경우 19대 총선에 불출마하겠다”는 소장파 22인 성명에 참여했다.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기권했다는 설명에 당내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거셌다. 한 의원은 “앞으로도 야당이 회의에서 약간의 소란만 부려도 무조건 피할 것이냐”고 꼬집었다. 유 위원장은 회의에 앞서 ‘독자행동’이 우려되는 홍 의원에게 소위 위원직을 물러나줄 것을 요청했지만 홍 의원은 이를 거부하고 회의에 참석했다고 한다.
이날 소위원회의 표결 소동에 앞서 강기갑 의원은 회의장에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거친 설전을 벌였다. 김 본부장이 “강 의원, 공부 좀 하고 이야기하시라”고 하자 강 의원은 “당신은 공부를 잘하는 양반이 돼서 이렇게 (FTA 협정문안 번역을) 불일치, 엉망진창으로 만든 거냐. 그따위 태도를 갖고 있으니까 국회를 무시하는 것 아니냐”고 소리쳤다. 한-EU FTA 비준안을 놓고 종일 입씨름만 벌이는 의원들을 바라보다 아무 소득 없이 또 하루를 허비한 외교통상부 직원들은 조용히 국회를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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