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시간 방한 클린턴, MB와 이례적 1시간 대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8일 03시 00분


日원전-리비아 등 현안 많아 시간 길어진듯…
클린턴 “美국민 리비아철수 협조 고마워요”

17일 이명박 대통령의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접견은 1시간가량 진행됐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문제와 북핵 문제 외에도 리비아 사태를 비롯한 중동 정세,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원전 안전 문제 등 대화 주제가 많았기 때문에 통상 30분 정도인 접견 시간이 이례적으로 길어진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 장관의 방한은 이번이 6번째다. 이 대통령과 클린턴 장관은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가까운 시일 안에 마무리해야 한다는 점, 북한이 큰 틀에서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여야만 한다는 점 등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최근 국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한미 FTA 비준동의안의 번역 오류 문제,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문제, 이달 말로 예정된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의 방북 얘기 등은 나오지 않았다고 홍상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전했다.

리비아 사태를 계기로 한 중동 문제도 주요 화제였다. 클린턴 장관은 특히 “한국 정부가 리비아에서 미국 국민의 철수를 도와준 데 감사드린다”고 사례했다. 우리 정부가 지난달 초 그리스 선박을 이용해 대우건설 직원들을 철수시킬 때 철수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던 미국인 남성 1명을 태워준 사실을 거론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중동은 종교와 정치가 얽혀 있다”며 중동 정세에 대한 식견을 밝혔고 클린턴 장관도 경청했다는 후문이다.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원전 안전 문제와 관련해 클린턴 장관은 “내년 한국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원전 안전 문제에 대해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한국이 리더십을 갖고 논의를 주도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흔쾌히 동의하면서 “원전 에너지의 지속적 사용이 필요하다. 이런 일(대지진)이 있다고 해서 원전계획을 바꾸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홍 수석은 덧붙였다.

이날 접견에는 미국 측에서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와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등이 배석했다. 클린턴 장관은 특히 대니얼 러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에 대해 “앞으로 아시아 정책을 책임질 사람이다. 좋은 친구(good friend)다”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러셀 신임 보좌관은 국무부 일본과장, 오사카(大阪) 총영사를 지냈으며 1992년부터 3년간 주한미국대사관에서 근무한 경험도 있다.

이에 앞서 전날 오후 4시 45분경 서울공항에 도착한 클린턴 장관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외교장관 공관에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1시간가량 회담했으며 1박 2일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이날 오전 11시경 일본 도쿄(東京)로 출국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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