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양국 협상 주역 5년 만에 다시 만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0일 03시 00분


포트먼 美상원의원 방한… 김현종 前통상본부장과 회동“美, 3개 FTA 각각 처리… 한미FTA가 맨 앞줄에”

김현종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과 로버트 포트먼 미 오하이오 주 상원의원은 19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이제는 양국이 한미 FTA를 빨리 비준해서 FTA에 따른 이익을 향유할 때”라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김현종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과 로버트 포트먼 미 오하이오 주 상원의원은 19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이제는 양국이 한미 FTA를 빨리 비준해서 FTA에 따른 이익을 향유할 때”라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2006년 3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협상 개시를 선언했던 양국의 통상 장관이 5년여 만에 서울에서 다시 만나 한미 FTA의 조속한 비준을 촉구했다. 김현종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포트먼 당시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이자 현 오하이오 상원의원(공화당)은 19일 오전 2007년 한미 FTA 협상의 마지막 협상 장소였던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만나 “양국 관계에 중요한 진전이 될 FTA를 양국 의회가 조속히 비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만남은 이명박 대통령 등 한국 정치권과 한미 FTA 비준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미치 매코널 미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등 여야 중진급 의원 8명과 한국을 찾은 포트먼 상원 의원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포트먼 의원은 하원 6선을 지낸 공화당의 중진 의원으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재임 당시 USTR 대표와 백악관 예산실장(OMB)을 지냈고 현재 2016년 미 대선의 유력 공화당 후보로 거론된다.

포트먼 의원은 “한미 FTA를 비준시키기 위한 미 의회 차원의 준비는 모두 끝났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한국, 콜롬비아, 파나마와의 FTA를 동시에 처리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며 “세 개의 FTA는 각각 별개로 처리해야 하며 맨 앞에 있는 건 한미 FTA”라고 강조했다. 현재 미-콜롬비아 FTA의 최대 쟁점인 자유로운 노조 활동의 보장, 미-파나마 FTA 쟁점인 조세피난처 활용 문제 등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만큼 미 공화당에서 한미 FTA 비준 처리를 미룰 명분도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포트먼 의원은 “현재 미 의회는 미국의 독립기념일이기도 한 7월 4일 전 한미 FTA를 비준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만약 이 시점까지 한국 국회에서도 비준 동의안 처리가 마무리되면 한미 FTA는 10월 발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과의 오찬에서도 이런 뜻을 분명히 전달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전 본부장은 “우리 국회 역시 더는 한미 FTA 처리를 미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미 의회가 7월 4일 전 한미 FTA를 비준시키려는 밑바탕에는 7월 1일로 예정된 한-EU FTA 발효가 있는 만큼 한-EU FTA 비준 처리가 지연될 경우 한미 FTA의 미 의회 내 조속 비준을 위한 지렛대가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 산업계와 의회는 현재 한-EU FTA가 발효될 경우 한국 시장에서 EU 상품과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있는 미국 상품의 경쟁력 약화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김 전 본부장은 “최근의 번역 오류 문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비준”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번역 오류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정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인 만큼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라며 “이 때문에 더 중요한 FTA 발효가 늦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두 통상전문가는 FTA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점 효과’라는 점에서도 인식을 같이했다. 현재 중국과 일본, 대만 등 동북아 주요국들이 미국과의 FTA를 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한국이 먼저 미국 시장에 ‘무관세’로 접근할 경우 FTA 경제적 이익은 매우 크다는 것이다. 포트먼 의원은 “한국이 추가 협상으로 자동차 부문에서 의미 있는 양보를 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그와 별개로 한미 FTA 발효 시 양국은 수출 및 일자리의 증대와 이로 인한 경제적 시너지 효과를 얻게 된다”고 말했다. 김 전 본부장도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게 우리가 6을 얻고 미국이 4를 얻는 협상을 했다고 보고했다”며 “추가 협상으로 양보한 부분이 있어도 여전히 협상 결과는 우리(한국)에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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