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에서는 신부유층인 ‘돈주’들이 부실한 국영기업소의 이름을 빌려 국가를 대신해 사업을 벌이고, 국가 소유인 주택까지 공공연하게 매매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최근 탈북자들의 탈북 동기는 10년 전 ‘생존 도모형’과 달리 가족과 개인의 삶의 질을 개선하려는 ‘불법 이민자형’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세종연구소 양운철 수석연구위원은 2010년 이후 탈북자 40명을 면담한 후 이들로부터 들은 최신 소식을 종합 분석한 ‘탈북자 면담을 통해 본 북한경제 실상’을 세종연구소 월간지인 ‘정세와 정책’ 4월호에 발표했다.
양 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식량난과 맞물려 시장 기능이 확대되면서 형성된 북한의 신부유층인 ‘돈주’들은 최근 국가가 운영하던 사업을 대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서비차’로 알려진 장거리 버스운영사업을 이들이 운영하고 있다. 국가 소유인 주택매매도 돈주들에 의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탈북자들은 전했다. 불법적인 주택 건설과 판매는 청진 함흥 신의주 혜산 등 북한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경제규모에 비해 주택이 낙후된 청진에서 주택 수요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은 주로 7층 높이의 아파트로 지어지고, 아파트 한 채는 7000∼1만 달러에 거래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돈주들의 이런 사업은 보위부에 들어가는 뇌물과 압수의 위험 때문에 불안한 형태로 운영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규모 가내기업도 규모가 커지면 관계기관이 급습해 재산을 압수하는 경우가 다반사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 연구위원은 최근 탈북의 성격에 대해서는 “면담 결과를 종합해 보면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자유를 찾아 북한을 떠난 사람이 대부분이었으나 지금은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거나 자녀들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려는 등 개인의 삶의 질을 개선하려는 동기가 대부분”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탈북의 패러다임이 질 높은 삶을 추구하는, 불법 이민자의 성격이 짙은 형태로 바뀌고 있다”고 표현했다.
또 그는 많은 탈북자가 화교가 중심인 송금 브로커들을 이용해 북한에 남은 친인척에게 경제적 지원을 함으로써 탈북을 부추기는 것으로 분석했다.
양 연구위원은 “탈북자들은 김정일 정권에 대해서는 비난을 많이 하지만 국가에 대해서는 거의 하지 않는다. 그들의 의식 속에는 국가 때문에 존재하고 성장할 수 있었다는 국가지상주의가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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