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선 D-2/강원도]최문순 ‘與 불법콜센터’ 맹공… 엄기영 “野는 허위문자” 맞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5일 03시 00분


콜센터 2명 영장… 엄기영 “열성 지지자 과잉충성”
최문순 ‘1% 초박빙’ 문자발송 시인… “내용은 실수”

《 4·27 재·보궐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와 경남 김해을, 경기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등 3대 격전지에서는 승부를 점칠 수 없는 접전이 계속되고 있다. 지역별로 불법선거 공방도 치열해지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표심’의 향방이 결정될 마지막 주말 1박 2일을 현지에서 지켜보며 각 지역의 승부를 가를 막판 변수들을 점검했다. 》
게이트볼 경기장 방문 한나라당 엄기영 강원도지사 후보(왼쪽)가 24일 강원 춘천시 후평동 노인복지회관 앞 게이트볼 경기장을 방문해 ‘기호 1번 한나라당 후보’를 선택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춘천=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게이트볼 경기장 방문 한나라당 엄기영 강원도지사 후보(왼쪽)가 24일 강원 춘천시 후평동 노인복지회관 앞 게이트볼 경기장을 방문해 ‘기호 1번 한나라당 후보’를 선택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춘천=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강원도지사 보궐선거는 막판 불법·혼탁과 상호비방전으로 치닫고 있다.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의 지지자들이 불법 전화 선거운동을 하다가 22일 적발된 일명 ‘강릉 콜센터 사건’이 기폭제가 됐다. 민주당 최문순 후보는 이 사건을 ‘역전극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태도다. 23일 MBC 주최 토론회에서 최 후보는 엄 후보 측 선거운동원들이 연행 당시 수건이나 모자로 얼굴을 가린 사진을 수시로 들어 보이며 엄 후보를 압박했다.

강릉경찰서는 24일 이 사건 관련자 31명 가운데 김모(37) 권모 씨(39) 2명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 등은 강릉의 한 펜션을 빌려 불법 선거운동사무소를 설치한 뒤 모집한 홍보원들에게 일당과 식사를 제공하고 휴대전화 등으로 선거구민에게 엄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는 불법선거운동을 한 혐의다. 일당을 받기로 하고 전화선거운동에 가담한 장모 씨(47·여) 등 29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자전거 애호가 손잡고 최문순 민주당 강원도지사 후보(왼쪽)가 24일 춘천시 온의동 공지천 공원에서 운동을 나온 한 시민의 손을 잡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춘천=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자전거 애호가 손잡고 최문순 민주당 강원도지사 후보(왼쪽)가 24일 춘천시 온의동 공지천 공원에서 운동을 나온 한 시민의 손을 잡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춘천=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그러나 한나라당 강원도당은 “엄 후보나 선대위는 이번 사건과 전혀 관계가 없다”며 “관련자 가운데 당직자는 없고 권 씨만이 당원으로 등록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적용된 ‘유사기관 설치 금지’ 조항 위반의 경우 엄 후보 본인이 직접 연루된 사실이 밝혀지지 않을 때에는 당락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주장이다.

엄 후보 측도 ‘열성 지지자의 과잉 충성’이라며 선을 그었다. 동시에 최 후보 측의 불법 선거운동을 제기하며 맞불을 놓았다. 최 후보 측이 ‘1% 초박빙(SBS 8시 뉴스)’이라는 내용의 허위 문자메시지를 유권자 22만 명에게 발송하고 강릉지역에 불법 유인물을 살포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 후보 측 관계자는 “우리가 이 문자메시지를 다량 발송한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다만 SBS 8시 뉴스에 보도된 것처럼 게시된 인터넷 뉴스를 본 실무자가 이에 대한 확인 없이 그대로 발송한 것이 실수였을 뿐 고의성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최 후보 역시 23일 TV 토론회에서 “(문자메시지 발송은) 강릉 콜센터 사건과는 본질적으로 다른데도 (엄 후보 측이)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반격했다.

두 후보 간 난타전에 중앙당도 총동원되고 있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24일 경기 성남시 분당을 일정을 취소한 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문순 때리기’를 진두지휘했다. 민주당 이낙연 사무총장도 질세라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릉 콜센터 사건’의 각종 의혹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불씨 살리기에 안간힘을 썼다.

도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강릉시 경포대에서 건어물을 파는 최모 씨(42·여)는 “도지사가 밥 먹여 주느냐”며 선거 자체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강릉 사건이 선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강릉시 교동 휴먼시아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직장인 정명의 씨(41)는 “나도 엄 후보 측에서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누가 지역발전을 이끌 것이냐”라고 말했다.

양측의 공방이 뜨거워질수록 유권자들의 반응은 오히려 냉담해지는 분위기도 보인다. 택시운전사 이모 씨(44·춘천시 근화동)는 “두 후보가 모두 춘천 출신이라 관심이 많았는데 갈수록 난장판이 돼 이제는 관심을 끄고 있다”며 “강원도민으로서 창피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주부 이모 씨(40·춘천시 퇴계동)는 “출마한 후보들이 유명인이어서 관심이 많았는데 특별한 공약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누구를 선택할지 결정을 못했다”고 말했다.

진장철 강원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말이 지방선거지 중앙당 선거처럼 몰고 가는, 강원도민들 보기에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불법선거운동까지 불거져 도민들이 받은 충격이 클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강릉=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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