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을에서 김태호 후보가 예상을 뒤엎고 승리를 거뒀지만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수도권에서 한나라당에 가장 유리한 선거구로 꼽혀온 경기 성남 분당을을 민주당에 내주고, 인물에서 앞서는 것으로 내심 기대를 걸었던 강원도지사 선거까지 패배한 것으로 나타나자 당 안팎에선 “이제 전국적으로 내년 4월 총선에서 승리를 장담할 곳이 몇 곳이나 되겠느냐”는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
○ ‘김해는 김태호의 승리, 분당과 강원은 한나라당의 패배’
당 핵심 당직자는 “전패할 줄 알았는데 한 곳이라도 이겨서 천만다행”이라고 안도했다. 그러나 한 초선 의원은 “분당을과 강원에선 강재섭과 엄기영이 아니라 한나라당이 진 것이고 김해을에선 한나라당이 아니라 김태호가 이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수도권 중진 의원도 “김 후보는 당의 지원 없이 오로지 혼자 싸운 거 아니냐”며 “(당 지도부가) 전패를 모면했다고 우기면 웃기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선거 결과에 대해서는 인식차가 있지만 선거 과정에서 노출된 여권의 혼란스러운 모습에 대해서는 당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 ‘예고된 패배’
한 영남권 의원은 “이번 선거 과정을 보면 이런 결과는 ‘예고된 인재(人災)’나 마찬가지였다. 공천부터 선거운동 관리까지 집권여당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허술한 모습을 보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출신 초선 의원은 “공천도, 선거전략도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여권은 선거 전 막판에 터진 온갖 ‘악재’들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막판에 터진 ‘강릉 불법 콜센터’ 사건의 파장은 예상보다 컸다. 특히 한나라당이 사건의 책임을 일당을 받고 불법 전화 홍보에 참여한 ‘아줌마’들에게 돌린 것이 여론의 역풍을 가져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저축은행 편법 예금인출 사건까지 터지면서 여권은 민심의 이반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 지도부 교체, 쇄신 불가피 전망
이런 분위기에서 한나라당 내부에선 지도부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 28일 아침 한나라당 초선 의원 모임인 민본21의 주례회동에 관심이 쏠린다. 매주 목요일마다 하는 공부모임이지만 이 자리에선 선거 결과에 따른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한 소속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뿐 아니라 당 지도부를 교체하는 것이 당면 과제”라며 ‘전면 쇄신론’을 주장했다. 소장파 리더 격인 정두언 최고위원은 선거 결과가 나온 후 일부 소장파 의원과 접촉해 이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상수 대표는 28일 오전 9시 최고위원회의가 열리기 전 최고위원들과 티타임을 가질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안 대표가 자신의 거취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안 대표가 전격 사퇴할 경우 당은 비상체제로 운영되고 조기 전당대회가 불가피해진다.
또 다음 달 2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도 일단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친이(친이명박)계 주류에서 안경률 이병석 의원이 경쟁하고 있지만 선거에 대한 ‘주류 책임론’이 거세지면 경선이 미뤄지거나 경선 구도가 바뀔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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