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섭 한나라당 후보(사진)는 선거 막판 ‘한나라당을 살려달라’며 분당의 보수층 결집에 나섰으나 손학규 민주당 후보의 ‘대선 인물론’을 넘어서지 못했다.
당 대표로서 대선 승리를 이끌었으나 2008년 총선 불출마 후 3년간 정치적으로 칩거했던 강 후보는 이번 선거를 통해 재기를 모색해왔다. 실제로 당선되면 당 내 역학 구도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강 후보의 패배는 어느 정도 예상된 측면도 있다. 무엇보다 강 후보는 ‘대란’으로 불린 공천 과정에서부터 큰 상처를 입었다. 이재오 특임장관,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 등 강 후보와 정치적 악연이 있는 일부 여권 핵심 인사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밀었다가 손 후보가 출마를 선언하자 떠밀리듯 강 후보를 공천했다. 이런 강 후보는 손 후보가 “분당에 변화를 일으키겠다”며 지지를 호소할 때 “당선되면 당 내 갈등을 치유하겠다”며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등과 ‘화합의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 식의 운동밖에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한나라당의 텃밭인 대구에서만 내리 5선 의원을 지낸 강 후보의 선거 전략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처음에는 ‘조용한 선거’를 강조하다 손 후보가 나서자 ‘당 대 당 전면전’으로 맞서더니 막판엔 보수층 결집으로 부랴부랴 선회했다. 수도권에서 처음 자기 선거를 치른 강 후보는 측근들에게 종종 “수도권 선거가 지방과 이렇게 다를 줄 몰랐다”고 말했다고 한다.
‘경기도의 강남’이라는 분당을 민주당에 내준 만큼 강 후보는 이 봄에 다시 ‘정치적 겨울잠’에 들어갈 듯하다. “여의도로 복귀하면 내 특기인 소통에 노력하겠다”는 그의 출사표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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