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손학규
손학규 민주당 후보가 2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선거사무소에서 참모들과 자축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야당의 사지(死地)라는 분당 보궐선거에서 생환한 민주당 손학규 대표를 맞은 민주당의 분위기는 이전과는 사뭇 달랐다.
손 대표의 정체성을 문제삼았던 비주류들까지 '손비어천가'에 가세해 달라진 위상을 실감케 했다.
비주류 연합체인 쇄신연대는 곧 모임을 갖고 향후 진로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쇄신연대의 한 핵심 의원은 "이제 우리가 모일 이유가 없어졌다"며 "해체 쪽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쇄신연대에는 선출직 최고위원 6명 중 절반 이상이 포진해 있다. 따라서 모임 해체는 손 대표 독주체제로 당의 역학구도가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손 대표는 이날 격전을 치른 분당을 다시 찾았다.
그는 새벽 5시 분당 순복음교회에서 부인 이윤영씨와 새벽예배를 보고 6시40분쯤 미금역 앞에 도착했다.
선거 때처럼 검은색 양복 차림을 한 그에게 출근길 시민들은 "너무 고생하셨다. 대선에도 나가시라"는 위로와 격려를 보냈다. 운전 중에 차창을 내리고 손을 흔들어주는 시민들도 많았고 한 30대 남성은 택시에서 내려 손 대표에게 악수를 청한 뒤 다시 출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대구 출신으로 강남에서 치과병원을 한다는 한 40대 남성은 "이번에는 반드시 갈아치워야 한다는 생각에 난생 처음 투표장에 나갔다"며 "더 이상 민주당을 호남당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2시간여의 당선사례를 마친 손 대표는 현충원으로 향했다. 손 대표가 도착하기 전 대권 경쟁자인 정동영 정세균 천정배 최고위원도 기다리고 있었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현역 의원만 30여명이 나왔다.
의원 총회 분위기는 더욱 뜨거웠다. 손 대표가 회의장에 들어서자 의원들은 일제히 기립 박수로 맞이했다.
꽃다발을 두 손에 든 채 손 대표는 최고위원들과 함께 두 손을 번쩍 들어올렸고 박지원 원내대표가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주려는 순간 촬영기자들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자리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선 인사에 나선 손 대표는 "지금의 승리에 도취되거나 자만하지 않고 더욱 낮은 자세로 국민만을 보고 국민을 섬기겠다"고 초심을 강조했다.
신학용 의원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계속 낮은 자세로 가자"고 말했다.
손 대표 측근그룹은 선거 뒤풀이도 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오버하지 말자"는 경계심리로 가득했다.
그러나 비주류의 한 재선 의원은 "손 대표가 싫다고 해도 줄서기와 도장찍기가 곧 본격화될 것"이라며 "이것이 권력의 속성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실제로 `분당 대첩'을 거치면서 손학규계가 덩치를 불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해 8월 2년간의 춘천 칩거를 마치고 당권 도전에 나설 때만 해도 10여명에 불과했던 그 수가 족히 20명은 넘어섰다는 분석이다.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의 실패와 맞물려 한 자릿수 지지율까지 반등세를 탄다면 손 대표 쪽으로의 힘쏠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
비주류 내 대표적 강경파인 문학진 의원은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손 대표가 십자가를 지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각인시켰기 때문에 당 안팎에서의 입지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며 "이런 모습으로 계속 간다면 (대권승리의) 상당한 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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