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지도부가 4·27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키로 한 가운데 '박근혜 역할론'이 새삼 여권의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내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당이 또 다시 위기에 처한 만큼 그동안 정치 활동을 자제해 온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 당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요구가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당이 소용돌이에 휩싸일 때마다 등장했던 단골메뉴였으나 이번에는 선거일 다음날 곧바로 재부상 했다는 점에서 위기감의 정도를 짐작케 한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28일 '서초포럼' 강연에서 "지금은 '박근혜 시대'"라고 말했고, 친박(친박근혜)의 허태열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는 앞으로 봇물을 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권은 박 전 대표가 유럽3개국 방문에서 돌아오는 내달초 이후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당장 조기전당대회에 나설지,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수락할지, 정치권에서 돌고 있는 친이계 일부와의 '전략적 제휴설'에는 어떤 입장인지 등이 초미의 관심사이다.
현재로서는 박 전 대표가 조기전대에 나설 가능성은 전무에 가깝다는게 친박계의 중론이다.
현행 당헌당규는 대선에 출마하는 인사는 선출직 당직에서 대선 1년6개월 전 사퇴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 비대위원장직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대선이 1년6개월이나 남은 시점에서의 정치재개는 이르다는 반대론과 구당(救黨)을 위해서라면 일정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긍정론이 엇갈린다.
친박의 한 핵심 의원은 "당이 철저한 자기변화 노력을 한다면 박 전 대표가 옆에서 지원하는 역할 정도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고, 한 중진은 "위기에 빠진 당은 어차피 총선 승리를 향해 움직일 텐데 그 과정에서 박 전 대표도 나름 해야 할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이날 유럽으로의 출국에 앞서 기자들에게 4·27 재보선의 패배와 관련해 "한나라당 전체의 책임이며 저도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당이 다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한 부분이나 비대위의 요청과 관련한 질문에 즉답하지 않은 것은 여지를 남긴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일부에서는 그에게로 힘이 쏠리는 대세가 형성된다면 내년 총선일정을 감안할 때 늦어도 가을부터는 정치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그 형태는 친이-친박을 뛰어넘는 초계파적 모양새를 취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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