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28 서울 은평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이재오 특임장관이 자전거를 이용한 ‘1인 선거’로 당선된 뒤 이번 4·27 재·보선에서도 ‘인물론’과 ‘나 홀로 선거’ 전략을 전면에 내건 후보들이 당선됐기 때문이다. 27일 개표방송을 지켜보던 한나라당 임해규 의원은 “이제 당을 내걸고 선거하면 안 되나 보다”라는 평을 내놓았다.
한나라당의 텃밭인 경기 성남 분당을에서 승리한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조용한 선거’를 고수했다. 수행원은 명함을 나눠주는 선거운동원 1명, 비서 1명이 전부였다. 플래카드, 선거공보물에서는 민주당의 상징색인 초록색을 가급적 배제하고, ‘기호 2번’이란 숫자도 구석에 작게 표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을에서 한나라당 소속으로 당선된 김태호 의원 역시 한나라당 조직과 거리를 뒀다. 중앙당의 선거지원을 일절 거부하고 홀로 거리에 나서 골목골목을 누볐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1998년 서울시장선거 때 한나라당 최병렬 후보가 플래카드나 공보물에 당의 로고를 쓰지 않고 당시 상승세였던 새정치국민회의 고건 후보와 대적한 것을 ‘나 홀로 선거’의 기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상대 정당의 텃밭에서 출마하는 경우 정당보다는 개인을 부각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은 이제 정치권의 상식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정치학)는 “‘나 홀로 선거는 죽기살기로 싸우는 사생결단식 대결을 좋게 보지 않는 국민의 요구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며 “갈수록 재·보선을 중심으로 활용 빈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나 홀로 선거’가 정당정치의 근본을 외면한 것으로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소속 정당이 아닌 인물로만 승부하는 ‘나 홀로 선거’는 전국단위 선거로 당력이 총집결하는 총선이나 지방선거 등에서는 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나 홀로 선거는 포커스 선거인 재·보선이나, 거물급 인사의 선거에서만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