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28일 2박 3일의 북한 방문 기간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나 후계자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만나지 못한 채 김 위원장의 메시지만 간접적으로 전달받았다. 지난해 11월 북한에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전용수 목사를 석방시키는 데도 실패했다. 북한이 그를 초청한 점을 감안하면 홀대받은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이번 방북에는 전직 국가수반 3명도 동행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이날 한국으로 떠나기 위해 숙소인 평양 백화원초대소를 나서 차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하던 중 이용호 외무성 부상으로부터 “중요한 메시지가 있으니 돌아와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카터 전 대통령에 따르면 이 부상은 봉투에서 서한을 꺼내 읽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이를 김 위원장의 개인 메시지로 해석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이 때문에 1시간 정도 일정이 늦어졌다. 중대한 결례라고 볼 수 있었지만 그는 기자회견에서 기분 나빠하기보다 김 위원장의 간접 메시지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에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김 위원장뿐만 아니라 남한 대통령과의 면담도 요청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동안 평양에 있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그는 26일과 27일 박의춘 외무상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각각 보내 카터 전 대통령과 만나도록 했다. 이를 통해 김 위원장은 그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친서 같은 ‘선물’을 가져왔는지 확인했으나 ‘별것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 정부가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을 ‘개인 자격’이라고 선을 그었고 한국 정부가 그를 ‘제3자’라고 규정한 점도 김 위원장이 면담을 거부한 원인일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1994년 6월 카터 전 대통령을 만난 김일성 주석이 한 달도 안 돼 사망했기 때문에 ‘카터는 만나면 안 될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얘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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