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선 후폭풍]MB “자기 이익만 생각하는 사람 5월중 靑 나가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9일 03시 00분


생각에 잠긴 李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이 28일 오전 공식 방문 중인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를 영접하기 위해 청와대 본관을 나서고 있다.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당정청 쇄신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반영하듯 이 대통령이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생각에 잠긴 李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이 28일 오전 공식 방문 중인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를 영접하기 위해 청와대 본관을 나서고 있다.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당정청 쇄신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반영하듯 이 대통령이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4·27 재·보궐선거 다음 날인 28일 이명박 대통령은 개각과 청와대 개편을 포함한 정국 수습책 마련에 착수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들과의 티타임에서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무겁고 무섭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정부와 여당이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우리 안에서 개인적인 생각을 갖고 튀려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총선이니 뭐니 자기 이익만 생각하는 사람들은 5월 중 청와대에서 나가라”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일부 여권 인사와 청와대 참모들이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기 위해 개인 행보를 하는 등 임기 말 레임덕(권력누수현상) 조짐이 일고 있는 데 대한 강한 경고로 해석된다.

이에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항상 무한 책임을 진다는 자세로 일하고 있다”며 청와대 진용 개편을 건의했다. 사실상 사의 표명이다. 이 대통령의 수심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박형준 대통령사회특보를 따로 만나 정국 수습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들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당초 이 대통령은 재·보선 이후 4, 5개 부처에 대한 부분 개각을 단행하겠다는 방침 아래 인사를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종환 국토해양, 이만의 환경, 현인택 통일 등 일부 ‘장수 장관’들과 유정복 농림수산식품,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주로 교체 대상으로 거론돼 왔다.

그러나 재·보선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충격적이었다. 한 핵심 참모는 “좀 더 근원적인 여권 진용의 새 판 짜기가 필요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오 특임장관을 비롯한 일부 정치인 출신 장관들의 복귀 가능성도 거론된다. 청와대 수석급 참모들에 대한 ‘상징적 개편’ 가능성도 나온다.

개각과 청와대 개편의 시기를 놓고는 관측이 엇갈린다. 여권의 상당수 핵심 인사는 “이번엔 좀 스피디하게 인사를 단행할 필요가 있다”고 이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단 준비해 온 개각부터 먼저 단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청와대 참모진 개편 후 개각을 단행하는 게 순서라는 지적도 있다. 이는 임 실장의 거취 문제와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티타임에서 “우리는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서민들의 불만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큰 흐름에서 국민들의 뜻은 늘 정확했다고 생각한다. 무엇이 부족했는지를 겸허하게 살피면서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서민들의 민심 이반을 지적했다. 이어 “서민경제를 더 세심하게 챙기고 일자리를 만드는 일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20∼40대의 화이트칼라층이 정부에 등을 돌린 이유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정책 대안 제시 없이는 정국 운영이 어렵다는 점을 확실히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여권의 한 인사는 “물가와 전세대란 문제 등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 해법을 제시해 서민층, 고학력 엘리트, 젊은층의 마음을 돌려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내년 총선과 대선은 희망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