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궐선거 다음 날인 28일 이명박 대통령은 개각과 청와대 개편을 포함한 정국 수습책 마련에 착수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들과의 티타임에서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무겁고 무섭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정부와 여당이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우리 안에서 개인적인 생각을 갖고 튀려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총선이니 뭐니 자기 이익만 생각하는 사람들은 5월 중 청와대에서 나가라”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일부 여권 인사와 청와대 참모들이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기 위해 개인 행보를 하는 등 임기 말 레임덕(권력누수현상) 조짐이 일고 있는 데 대한 강한 경고로 해석된다.
이에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항상 무한 책임을 진다는 자세로 일하고 있다”며 청와대 진용 개편을 건의했다. 사실상 사의 표명이다. 이 대통령의 수심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박형준 대통령사회특보를 따로 만나 정국 수습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들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당초 이 대통령은 재·보선 이후 4, 5개 부처에 대한 부분 개각을 단행하겠다는 방침 아래 인사를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종환 국토해양, 이만의 환경, 현인택 통일 등 일부 ‘장수 장관’들과 유정복 농림수산식품,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주로 교체 대상으로 거론돼 왔다.
그러나 재·보선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충격적이었다. 한 핵심 참모는 “좀 더 근원적인 여권 진용의 새 판 짜기가 필요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오 특임장관을 비롯한 일부 정치인 출신 장관들의 복귀 가능성도 거론된다. 청와대 수석급 참모들에 대한 ‘상징적 개편’ 가능성도 나온다.
개각과 청와대 개편의 시기를 놓고는 관측이 엇갈린다. 여권의 상당수 핵심 인사는 “이번엔 좀 스피디하게 인사를 단행할 필요가 있다”고 이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단 준비해 온 개각부터 먼저 단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청와대 참모진 개편 후 개각을 단행하는 게 순서라는 지적도 있다. 이는 임 실장의 거취 문제와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티타임에서 “우리는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서민들의 불만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큰 흐름에서 국민들의 뜻은 늘 정확했다고 생각한다. 무엇이 부족했는지를 겸허하게 살피면서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서민들의 민심 이반을 지적했다. 이어 “서민경제를 더 세심하게 챙기고 일자리를 만드는 일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20∼40대의 화이트칼라층이 정부에 등을 돌린 이유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정책 대안 제시 없이는 정국 운영이 어렵다는 점을 확실히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여권의 한 인사는 “물가와 전세대란 문제 등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 해법을 제시해 서민층, 고학력 엘리트, 젊은층의 마음을 돌려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내년 총선과 대선은 희망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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