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유엔 국제수로기구(IHO)가 만들고 있는 ‘해양과 바다의 경계’ 책자(일종의 세계 바다 지도) 네 번째 개정판에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倂記)해야 한다는 의견을 IHO 실무그룹에 냈다고 1일 밝혔다. 국제 전문가들로 구성된 IHO 실무그룹은 동해처럼 지명 표기에 이견이 있는 바다에 대한 관련국의 의견을 2일까지 받아 검토한 뒤 내년에 열리는 IHO 총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가 동해 단독 표기가 아닌 동해·일본해 병기 방안을 낸 것은 현실적인 한계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IHO는 바다 이름을 놓고 국가 간 분쟁이 있다고 인정되면 일단 양측이 주장하는 이름을 병기한다”며 “정부의 최종적인 목표는 ‘일본해’ 표기를 ‘동해’로 바꾸는 것이지만 일단 ‘일본해’ 표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받는 단계까지 가는 것이 1차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IHO가 1929년 발행한 이 책은 세계 각국이 지도를 만들면서 바다 이름을 표기하는 중요한 기준이 돼 왔다. 1937년에 2판, 1953년에 3판이 나왔지만 동해는 모두 ‘일본해’로 표기됐다. 한국이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는 동안 책이 발행됐기 때문에 강대국인 일본의 주장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일본은 IHO에 막대한 분담금을 내는 등 영향력을 이용해 ‘일본해’ 표기를 유지하고 있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정부는 1991년 유엔 가입 이후 동해 표기 주장을 계속하고 있으며 2007년 IHO 총회에서도 ‘동해·일본해 병기’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북한도 그동안 IHO에 동해·일본해 병기를 주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북측에 보낸 전통문에서 IHO 실무그룹에 의견을 보낼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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