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농업을 '인민생활문제 해결의 생명선'으로 강조한 북한이 모내기 철을 앞두고 식량증산을 연일 독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내각 기관지인 민주조선 등 신문과 조선중앙방송, 조선중앙TV 등 모든 매체가 동원되고 있다.
내각 총리는 비료공장 등 농업관련 시설을 찾아다니고, 농민단체는 식량증산을 위한 궐기대회까지 열고 있다.
노동신문은 지난달 30일 '황남은 보란듯이 일어섰다'는 정론을 통해 대표적 곡창지역인 황해남도를 거론하며 "강성대국의 풍년가을을 향해 천만군민 힘차게 돌진하자"고 촉구했다.
신문은 "우리 마음에 농립모를 같이 쓰고 같이 써레치기를 하고 같이 모내기를 하고 함께 김매기를 하면서 농업전선의 사계절과 우리는 언제나 함께 있을 것"이라며 본격적인 농사철을 맞아 농민뿐만 아니라 북한주민 전체에게 농업지원을 강조했다.
지난달 27일 남포시 강서구역 청산리에서는 농민단체인 조선농업근로자동맹의 리명길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모내기를 제철에 끝내기 위한 이 지역 농민들의 궐기모임이 열리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농민들은 모내기를 위한 준비작업에 동원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28일 "농업 근로자들이 벼 모판 씨뿌리기를 본격적으로 다그치고 있다"며 "전국적인 벼 모판 씨뿌리기 실적은 22일 현재 75% 계선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볏모가 자라면 모내기 작업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게 된다.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은 '강성대국의 해'로 정한 2012년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식량난을 주민 동원으로 풀어보겠다는 당국의 절박함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의 이 같은 거국적 노력에도 올해 농사 전망은 암울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권태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지난겨울 기록적인 한파로 이모작 작물인 밀보리와 감자는 이미 타격을 받은 상황"이라며 "봄에 수확하는 감자 등의 수확량은 많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만성적인 비료 부족도 올해 북한의 식량증산을 어렵게 만드는 아킬레스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관계 악화로 남한으로부터 비료지원이 중단된 상황에서 세계 비료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까지 국내 물가안정을 위해 비료 수출을 통제하고 있어 북한이 비료를 확보할 방도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근 최영림 내각 총리가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를 찾아 비료 생산공정을 둘러보고 현장에서 협의회를 연 것은 올해 농사가 비료 공급에 달렸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중앙통신은 "협의회에서는 농업전선의 비약적 발전에 기업소가 맡은 임무의 중요성이 강조됐다"며 "가스화 대상을 최신 과학기술에 기초해 현대화하는 문제, 연관단위들에서 원료와 동력을 제때에 충분히 보장하는 문제를 비롯해 비료 생산을 늘리기 위한 대책들이 세워졌다"고 전했다.
북한의 이 같은 자구 노력에도 식량 증산에 필수적인 비료를 확보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권태진 부위원장은 "북한이 자체적인 비료 생산에 주력하겠지만 원료를 수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생산량을 크게 늘리기 어려울 것"이라며 "남북관계가 풀리면 북한은 남측에 비료지원을 우선으로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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