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학생들과 내기를 하겠습니다. 30년 내로 KTX를 타고 평양에 갈 수 있다는 것에 돈을 걸지요. 30년 이후에도 제가 살아있다면 그 내기에 이겨서 딴 돈으로 젊은이들을 평양에 데리고 가서 커피를 사 드리겠습니다."
한스 울리히 자이트 주한 독일대사가 4일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북한의 변화 가능성을 놓고 이런 내기를 제안했다. 김정일 부자의 정권이 30년 내에는 반드시 붕괴하고 북한사회가 개혁·개방을 통해 열릴 것이라는 확신에 찬 전망 아래 내놓은 제안이다.
자이트 대사는 "현재 북한 체제가 이대로 30년간 지속될 수 있다면 이는 인류의 역사와 경험에 맞지 않는다"며 "특히 세습 정권은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을 최근의 중동 사태가 잘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통일보다는 취업 문제가 더 시급한 현재 대학생들의 상황을 잘 알고 있지만 통일은 생각만큼 먼 이야기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독일 통일이 한국에 던지는 시사점에 대해 그는 "독일 통일 이후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새로운 메시지들이 있다"며 "통일 독일의 환경이나 복지 분야에서 발생하는 통일 편익은 최소 15년 정도 지나야만 가시화되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이트 대사는 이날 서울 성북동의 독일대사관저에서 최근에 출간된 '브란덴부르크 비망록'의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양창석 통일부 상근회담대표가 쓴 이 책에는 양 대표가 1990년대 주독 대사관 주재관으로 활동하며 만났던 독일 고위인사들과의 면담 자료를 바탕으로 독일 통일 과정을 정리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책의 출판 소식을 들은 자이트 대사가 큰 관심을 보이며 출판기념회를 먼저 제안해 대사관저에서 이례적인 행사가 만들어졌다.
조촐한 조찬 형식으로 진행하려던 출판기념회는 독일 프리드리히나우만재단의 발터 클리츠 한국사무소 대표와 염돈재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장, 임을출 북한개발국제협력센터장 등이 참석하면서 2시간가량 이어진 학술세미나가 됐다. 독일 통일의 비용과 편익, 통일 당시의 외교 상황 등에 대한 진지한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동독의 첫 자유선거를 준비하는 작업을 맡았던 클리츠 대표는 "당시 동독 공무원에게 선거 후보 신청서를 요구하면서 '687장을 달라'고 농담을 했더니 진짜로 687장을 세어서 줬다"는 개인적인 경험을 나누기도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