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은 16조 달러 규모의 시장을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다는 의미를 지닌다. 협정이 발효되는 7월 1일부터 자동차 산업과 농업 부문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돼지고기와 치즈의 수입가격이 크게 인하되는 만큼 축산농가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한국에서 여섯 번째로 발효되는 FTA인 한-EU FTA는 경제 규모 면에서 이전의 FTA를 단연 압도한다. 총 27개국으로 이뤄진 EU의 국내총생산(GDP)은 16조4000억 달러(2009년 기준)로 전 세계 GDP의 30%를 차지하고 미국(14조3000억 달러)보다도 많다. 지난해 우리와의 교역 규모는 922억 달러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EU의 평균 관세율은 미국(3.5%)보다 높은 5.6%다. 우리의 수출 주력품인 자동차의 관세율은 10%, TV는 14%, 섬유와 신발 등은 최고 12∼17%에 이른다. 이런 관세가 즉시 또는 단계적으로 철폐되면서 수출이 늘어난다. 미국 일본 중국 등에 앞서서 EU와 FTA를 하는 만큼 EU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이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지난해 10월 국내 주요 연구기관이 내놓은 분석자료에 따르면 한-EU FTA에 따른 한국 경제의 실질 GDP 증가 규모는 연간 0.56%, 10년간 5.6%에 이른다. 무역에선 연평균 3억6000만 달러의 흑자가 예상됐다. 제조업 흑자 폭이 연평균 3억9500만 달러 늘어나는 대신에 농업과 수산업의 적자 폭은 연평균 각각 3100만 달러, 240만 달러 커진다.
소비생활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일단 자동차 시장에선 유럽 고급차의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8%인 관세가 3년에 걸쳐 철폐되면 1억3000만 원을 호가하는 벤츠, BMW 등 고급차가 대당 1000만 원 정도 내린다.
유럽 명품 시장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명품 의류는 관세가 8∼13%, 구두는 13%, 화장품과 핸드백은 8% 정도인데 관세 철폐 범위 안에서 가격 인하가 가능해진다. 15%의 관세가 즉시 철폐되는 와인의 가격도 싸진다. 6만 원짜리 이탈리아산 와인은 5만2000원, 3만8000원짜리 스페인산 와인은 3만3000원 정도가 된다.
또한 영국 프랑스 독일 등 EU 회원국 소속 법무법인(로펌)이나 변호사가 국내 법률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단, 정부는 법조계의 충격과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법률시장을 개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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