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아테네서 간담회… 대권행보 본격화 시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6일 03시 00분


“내년 선거 중요… 더 적극 활동할 것”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5일 “구체적인 날짜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내년은 중요한 선거들이 있으니 아무래도 좀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특사로 유럽을 방문 중인 박 전 대표는 이날 그리스 아테네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총선에서 (박 전 대표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본격적인 활동은 언제부터 시작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지금까지 “선거는 당 지도부 중심으로 치러야 한다”며 각종 선거지원 요구에 거리를 둬온 박 전 대표가 내년 총선에 적극 관여할 생각임을 내비친 것은 처음이다. 특히 4·27 재·보선 패배 이후 여권 내부에서 ‘박근혜 역할론’이 적극 제기되는 상황이어서 향후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측근은 “당에 가장 중요한 선거인 총선과 대선은 그 의미와 중요도에서 재·보선과 다르다”며 “당에 대한 애착이 큰 박 전 대표가 당의 승리를 위해 역할을 하겠다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선은 대선후보 경선을 좌우할 수 있는 자파(自派) 세력의 포진에 직결되는 선거이며, 본선 승리 구도를 위해서도 공천에서 선거전까지 총선의 전 과정을 챙기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다.

한 친박계 의원은 “당 대표를 맡기는 어렵다. 선거대책위원장 같은 것을 맡아 선거전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총선 역할론’ 표명으로 내년 총선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여권 대선주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내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와 정몽준 전 대표가 대선을 앞두고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편 박 전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원칙’과 ‘신뢰’라는 말을 각각 8번 사용했다. 그는 “미래 국가발전의 패러다임은 평소 소중하게 생각하는 원칙과 신뢰”라면서 “신뢰와 원칙이라는 무형의 인프라, 사회적 자본을 구축하지 않으면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저를 가리켜 ‘아, 답답하다, 왜 이렇게 고집이 센가’라고 하고 ‘원칙공주’라는 얘기도 한다”면서 “그러나 갈등이 잘 조정되려면 정치권에서 원칙과 신뢰를 잘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여권의 위기극복 방안에 대해서는 “한국에 돌아가 할 얘기가 있으면 그때 하면 되지 않겠느냐”며 직접적 언급을 피했다.

또 박 전 대표는 4일 국회에서 비준동의안이 통과된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과 앞으로 남은 한미 FTA와 관련해 “우리나라는 시장이 극히 작고 수출로 성장해 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FTA 체결이) 바람직한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색된 남북관계 타개책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모색 중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말씀드리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이에 앞서 박 전 대표는 4일 카롤로스 파풀리아스 그리스 대통령과 디미트리스 드루트사스 외교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평창겨울올림픽 유치 지지를 호소했고, “역할을 다하겠다”는 긍정적인 대답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테네=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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