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억 묶인 노른자위 땅 캠코에서 인수한 저축은행 부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장 338곳 중 하나인 서울 강남구 청담동 터. 당초 이곳에는 한강 조망이 가능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었지만 시행사가 부도를 맞으면서 저축은행 10곳이 대출한 300억 원도 묶여 있는 상태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4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씨티2차 아파트 앞. 노른자위 땅 한가운데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인수한 저축은행 부실PF채권 사업장이 울타리 안에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었다. 2007년 한 건설사는 번호판 제작소와 작은 빌라가 들어서 있는 2000m² 규모의 땅을 매입한 뒤 인근에 있는 2개동짜리 아파트를 합쳐 고층 아파트를 지을 계획이었다. 10개 저축은행은 청담동이라는 지리적 장점과 한강 조망이 가능해 사업 전망이 좋다고 보고 300억 원을 빌려줬다. 하지만 아파트 입주민 보상 문제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시행사가 자금난으로 무너졌다. 결국 정부는 건설사와 저축은행의 연쇄 부도 등을 우려해 지난해 6월 캠코를 통해 PF채권을 인수했다.
이처럼 캠코가 떠안은 저축은행 부실 PF 사업장은 서울 29곳, 경기 59곳, 충남 37곳, 대구 35곳, 해외 1곳 등 총 338곳이나 된다. 정부가 캠코를 통해 2008년부터 3차례에 걸쳐 총 5조5000억 원어치의 부실 PF채권을 떠안은 것이다.
캠코는 지난달에서야 이 338개 사업장 모두를 방문해 전수 조사했다. 주변 땅값, 분양가 등 시세를 파악하고 향후 사업성을 따져보는 취지였지만 결과는 암울했다. 실질적으로 캠코가 정상화시킬 수 있는 사업장은 20개(5.9%)에 그친 반면 나머지 사업장은 진척이 거의 안 된 부실 PF사업장이었다. 저축은행들은 대부분 사업 진행이 안 된 상태에서 급전을 조달하기 위해 찾아온 PF사업 시행사들에게 ‘브리지론(bridge loan)’ 형태로 대출을 해줬다. 은행은 토지 매입이나 주민 동의, 인허가 등 절차가 어느 정도 진행돼야 대출을 해주기 때문에 시행사들이 저축은행들에 의존한 것. 캠코 관계자는 “현장에 가보니 사업계획서상에는 용지 면적이 1000m²로 되어 있는데, 100m² 정도만 땅을 매입한 뒤 나중에 짓겠다며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도산하거나 사라진 시행사가 있는 등 처참한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캠코는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사업장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장은 3년 만기가 돌아오는 올해 말부터 되돌려줄 계획이다. 캠코 관계자는 “우리가 아무리 매각하려고 애를 써도 당사자인 저축은행에서 동의를 안 해주면 팔 수 없다”며 “싼값에라도 팔고 싶지만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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