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지휘봉 내려놓는 박지원…앞날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8일 08시 29분


명암 교차..연말 全大서 대표직 도전 예상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13일 1년간 잡았던 원내 지휘봉을 내려놓는다.

그는 김대중 정부 2인자를 지낸 경륜에서 나온 노련함과 '개인기'를 뒷심 삼아 제1야당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비교적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임기 막판에 불거진 한·EU(유럽연합)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 처리 파동으로 타격을 입는 등 '독주'에 따른 명암이 교차했다는 지적도 있다.

먼저 그는 지난해 7월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 국면에서 연일 새 의혹을 제기하며 정보통의 면모를 과시했다.

원내대표 재임 기간 김태호 총리 지명자, 정동기 감사원장 내정자 등 인사청문회 대상자 4명을 낙마시키는 성과도 거뒀다.

세종시 수정안 정국을 물리적 충돌없이 이끄는 등 대여 협상력을 과시, 정치를 어느 정도 복원해냈다는 평가도 받았다.

또 2개월간의 비대위원장직에 이어 지난해 10월 손학규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손대표와 '투톱'을 이루며 당내 장악력을 높였다.

하지만 당내 계파, 여야를 넘나드는 광폭 행보는 때때로 `막후·밀실 정치' 논란을 불러왔고, 지난 연말 4대강 예산안 저지에 실패, 상처를 남겼다.

올초에는 영수회담을 적극 추진하다 손 대표측과 갈등을 빚었다. 특히 4일 소신을 내세워 한·EU FTA 비준안 합의처리를 이끌려다 당 안팎의 반발을 불러왔고, 결국 손 대표에 의해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잠시 휴지기를 가진 뒤 연말 전당대회에서 차기 당 대표직에 도전, '제2의 도약'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총선 공천권을 거머쥐면서 차기 대선 국면에서 정권교체를 위한 '킹메이커'가 되겠다는 뜻이다. '호남 대표-비 호남 대권주자' 조합을 염두에 뒀다는 얘기도 나돈다.

그러나 당내에서 그의 독주에 대한 견제심리도 있는 만큼 일정기간 '숨고르기'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의 한켠에 묻어있는 구 정치인 이미지, 당권 장악시 민주당의 '호남당' 고착화라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하는 것도 과제다.

야권 통합과 여권 쇄신론 향배에 따른 야권지형 개편 가능성도 당권 가도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박 원내대표는 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열정을 바쳐 일했고 당의 존재감도 확인시켰다"며 "정권 교체와 재창출 경험을 핵(심부)에서 가져봤던 만큼, 내년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 벽돌 한장이라도 놓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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