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선 패배로 가동된 한나라당의 비상대책위 체제가 시작부터 '주도권 경쟁'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8일 선거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 지도부 공백을 메울 당 비상대책위원회원회가 출범했으나 소장파들이 이에 반발하며 "새로 선출된 원내대표가 중심이 돼 의원총회를 열어 비대위 구성을 논의, 추인해야 한다"며 사실상 비대위 재구성을 촉구했다.
소장파의 이러한 움직임은 두 달도 남지 않은 당권 경쟁의 시작에서 유리한 구도를 마련하기 위한 수순으로 풀이된다.
안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재보선에서 보여준 국민 여러분의 무거운 질책에 대해 우리 최고위원 모두 책임을 진다고 이미 국민에게 말씀 드렸고 그 결과에 따라 총사퇴하는 최고위원들을 대표해 내가 기자회견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4·27 재보선 패배 직후 밝힌 자신과 최고위원들의 사퇴 선언을 이날 행동에 옮긴 것이다.
그러나 정두언 최고위원이 사퇴 거부 입장을 시사한데 이어 소장파 의원들이 긴급회동해 황우여 신임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비대위를 재구성할 것을 요청하는 등 논란이 불거졌다.
정 최고위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표가 사퇴한 만큼 황우여 신임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의 자격으로 6월말~7월초로 예정된 전당대회까지 당을 운영해야 한다"며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대 관리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장파 의원들이 결성한 당 쇄신모임인 '새로운 한나라'의 공동 간사격인 구상찬 의원은 의원회관에서 열린 회동이 끝나고 기자들을 만나 "물러나는 지도부가 구성한 비대위는 당헌·당규에 맞지 않고 정치 상식으로 봐서도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황 원내대표가 원희룡 사무총장에 당헌·당규의 최고위원 사퇴 규정 등과 관련한 해석을 요청해 현재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 원내대표는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당 사무처에서 당헌·당규를 해석하고 있으며 그 해석에 따르겠다"면서도 "비대위 구성은 의총을 열어 승인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보선 후 비상대책위 가동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는 것은 원내대표 선거를 치르며 주류-비주류가 역전되는 등 한나라당 권력지형의 큰 변동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원내대표 선거를 거치며 수도권 초·재선 소장파-친박(친박근혜)계의 연대가 형성돼 사실상 이들 세력이 주류로 떠오르면서 목소리가 커진 것과 관련이 있다고 한 여권 인사는 전했다.
소장파들이 비상대책위의 구성에서부터 개입해 당권 경쟁의 유리한 구도를 만들어나가겠다는 구상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의화 비대위원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원내대표는 국회, 그 외의 당무는 비대위원장을 중심으로 한다는데 최고위도 동의했다"며 "지금 당은 비상상황이며 비대위에서 당의 쇄신 논의를 안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소장파의 구상에 이견을 나타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소장파 일각에서 비대위 구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문제제기에 나선 것"이라며 "당권 경쟁을 앞두고 각 세력들이 자신들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풀이했다.
디지털뉴스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