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 및 정의화 비상대책위원장 체제 출범에 따른 여권 내 권력지형 급변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권의 쇄신론이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을 경우 내년 총선과 대선 구도에 미칠 영향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 과정에서 빚어진 내홍 양상으로 4·27 재·보궐선거 승리 효과가 반감된 상황이다. 여권 내 변화를 바라보는 민주당으로선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고 당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손학규 대표의 핵심 측근 의원은 8일 “황 원내대표는 합리성과 진솔하고 꾸밈없는 태도가 강점이어서 한나라당의 이미지 변화가 예상된다. 민주당은 정말 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쇄신연대 상임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문학진 의원도 “친박(친박근혜)계의 선택을 받은 황 원내대표를 필두로 한 한나라당의 쇄신 움직임이 어디까지 전개될지 잘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대여(對與) 공세의 타깃이 희석될 수 있는 만큼 새로운 대여 전략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에서 친이(친이명박)계의 퇴조가 나타나고 5·6 개각에선 각각 통일부, 법무부 장관 발탁이 유력시되던 류우익 주중대사, 권재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란 이유로 막판에 제외된 것이 계기가 됐다.
같은 맥락에서 민주당 내에선 ‘정신 차려야 한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한-EU FTA 비준 동의안을 처리하기로 한 여야정 합의를 깬 데 대한 당내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국회 지식경제위원장인 김영환 의원은 이날 ‘정략을 버려야 감동이 오고 승리가 있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한-EU FTA 비준안 처리 과정에서) 재야와 야3당에 선명성을 부각시키려는 정략만 보였다”며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친노(친노무현)그룹의 백원우 의원도 6일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누가 민주당과 협상을 하려 하겠느냐.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FTA 없이 독자 생존할 수 없다”고 말했다.
13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에도 한나라당발(發) 쇄신바람이 막판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나라당이 비주류 원내대표를 전면에 내세워 ‘변화’를 선택한 것이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수도권 재선인 김진표 후보 측은 “한나라당이 (인천 출신의) 황 원내대표를 선택한 것은 다음 총선에서 수도권에 바람을 일으키자는 것”이라며 수도권 후보론을 중점 부각시키고 있다. 이에 호남 지역구의 3선 강봉균 후보 측은 “한나라당 경선 결과는 계파 구도를 완전히 깬 것”이라며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립성과 정책통으로서의 비전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호남 3선으로 한-EU FTA 비준안 처리를 강하게 반대한 유선호 후보 측은 “여당이 변화를 선택할 때 야당은 선명성으로 무장해야 한다”며 당 정체성 확립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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