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대책위원장에 임명된 정의화 국회 부의장의 끈질긴 회동 요청에 응답하지 않던 황우여 원내대표가 대안으로 제안해 열린 회의였다.
회의에 참석한 4선 이상 중진 8명(황 원내대표와 정 비대위원장 제외) 중 5명이 소장파 및 친박(친박근혜)계였다. 이들의 지지로 당선된 황 원내대표에게 유리한 구도였다.
○ 실타래처럼 풀어간 중진회의
친박계의 홍사덕 의원은 회의 시작 직후 “(친이명박계인) 정 위원장을 당 대표로 인정하자”는 의외의 제안을 했다. 홍 의원은 “한쪽이 집권했다고 다른 쪽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며 “최고위원회의가 책임을 통감하며 추천한 것이니 인정해주자”고 말했다.
그러나 친박계인 이해봉 의원이 반발했다. 상임전국위원회 위원장인 그는 “당헌당규상 이론의 여지없이 원내대표가 대표가 돼야 한다. 해석은 상임전국위의 권한이다”라고 맞섰다.
이에 이경재 의원이 “법적 대표는 원내대표가 하고 비대위원장의 역할을 살려주자”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김무성 의원이 동조했다.
그러자 당 권한대행의 역할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다.
정 위원장은 “당 대표의 역할이 어디까지인가. 사무총장은 누가 임명하나”라고 물었다. 이에 김무성 의원은 “과도적 대표가 굳이 사무총장까지 임명할 필요가 있느냐”며 “그냥 사무부총장이 대행하면 된다”고 문제를 덮었다.
이경재 의원이 “과거에는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을 맡을 경우 최고위원회 의장 역할도 겸했는데 이번에 비대위원장과의 역할은 어떻게 구분되는 건가”라고 물었다. 여상규 법률지원단장은 “정치적으로 두 분이 상의해서 해야 한다”며 애매하게 답했다.
듣고 있던 황 원내대표가 입을 뗐다. 그는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하는 대표는 있어야 하므로 그건 제가 맡겠다. 그러나 당 쇄신을 포함한 비대위의 의장역은 비대위원장이 맡고 저는 가급적 낮춰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김무성 의원은 “역할 중복을 막기 위해 비대위는 원내대표 대신 원내수석부대표가 참석하고 당 대표를 대행하는 원내대표가 중진회의와 원내대표단 회의를 주재하자”고 정리했다.
대표가 주재하는 중진회의와 비대위원장이 주재하는 비대위 간의 역할 분담도 논란이 됐다. 중진회의는 “결정권은 비대위가 갖되 비대위에서 의견이 부딪칠 때는 오늘처럼 중진회의에서 정리하자”는 것으로 정리했다.
○ 예상외로 조용했던 의총
이날 오후에 열린 의총 역시 소장파로 대변되는 신주류와 친이계인 구주류 간 한판 대결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1시간여 만에 쉽게 끝났다.
의총에는 이재오 특임장관을 비롯해 안경률 이군현 권택기 의원 등 친이재오계 핵심 의원은 참석하지 않았다. 소장파에서도 아무도 발언하지 않았다. 중진회의 중재안은 만장일치로 추인됐다. 구주류로서는 소장파의 발목을 잡아 권력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한다는 비판에, 소장파들은 당권에 집착한다는 비판에 부담감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친이재오계 핵심 의원은 “당분간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소장파 대표 격인 남경필 의원은 “첫째도, 둘째도 변화다. 셋째는 당이 분열하지 않아야 한다”며 몸을 낮췄다.
○ 원내대표단 인선 마무리
이날 원내지도부는 의총장에서 신임 원내부대표단과 정책위부의장의 명단을 발표했다.
수석원내부대표는 대구 출신의 재선 이명규 의원이 맡았다. 이 의원은 수도권 출신의 원내대표와 PK(부산경남) 출신의 정책위의장을 보완해줄 TK(대구경북) 출신이라는 점이 감안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계파색이 옅은 친이계로 분류된다. 제1사무부총장, 전략기획본부장 등을 지냈다.
김광림 김세연 김호연 박영아 유일호 유재중 윤영 이두아 이상권 이정선 이화수 한기호 의원 등 초선의원 12명도 원내부대표에 선임됐다. 이두아 의원이 원내공보부대표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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