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당 쇄신 차원에서 당명 개정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명 개정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정의화 비대위원장이 12일 회의석상에서 외부세력을 규합하기 위한 합당과 당명 개정 등을 언급한 문건을 꺼내놓고 읽을 정도로 당내에서는 당명 개정 필요론이 확산되고 있다.
당명 개정론의 핵심은 ‘한나라당 간판으로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것이다. 4·27 재·보궐선거에서 지원 유세에 참여했던 한 중진 의원은 “우리에게 관심을 보이다가도 한나라당이란 이름만 들으면 등을 돌려버리는데 정말 미치겠더라. 명함을 받고 ‘한나라당이네?’ 하며 길바닥에 버리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연구소가 지난달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 인터뷰 결과 특히 젊은 유권자들이 한나라당에 대한 무조건적 반감을 드러내 조사내용을 보고받은 당 지도부가 아연실색했다는 후문이다. 서울의 한 재선 의원도 “한나라당 이름을 15년째 사용하고 있는데 이제 정치적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볼 수 있다”며 개정론에 찬성했다. 당 쇄신 작업이 결국 한나라당이라는 기존 상품과 이미지를 넘어서려는 시도인 만큼 ‘한나라당’이란 포장으로는 아무리 좋은 정책과 가치를 담아도 더는 그 의미를 충분히 전파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물론 당명 개정에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게 이유다. 한나라당은 2004년 탄핵풍 이후 ‘차떼기’ 등 어두운 과거와의 단절을 위해 당 선진화위원회를 설치하고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새 당명까지 공모했다. 그러나 결국 ‘도로 한나라당’을 택했다. 한나라당이란 당명이 그래도 친숙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당시 당명 개정 작업에 참여했던 한 사무처 당직자는 “설령 당명을 개정했더라도 이를 국민에게 알리는 데 드는 홍보, 마케팅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갈수록 당 살림도 궁핍한데 실현 가능성 낮은 당명 개정에 나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국민에게 ‘눈 가리고 아웅’식의 장난으로 비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당 쇄신풍을 주도하고 있는 남경필 의원은 1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나라당이란 당명이 이렇게 오래 사용된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 의원은 “개혁 프로그램과 콘텐츠가 수반되지 않는 당명 개정은 메뉴는 그대로 두고 식당의 간판만 고치는 가짜 ‘신장개업’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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