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철 국회 국방위원장이 13일 국회 브리핑에서 허술한 군 의료실태를 심층 보도한 이날자 동아일보를 들어 보이며 국방의학원 설립 재추진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부모 가슴에 못 박는 구멍 난 군 의료체계를 고치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나섰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군 의료체계의 문제점에 대해 철저히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국회도 국방위원회를 중심으로 국방의학원 설립 재추진과 군 병원 민간 의사 채용 확대 등 대책 추진에 나섰다. 하지만 군 의료체계의 현실을 고려할 때 후속 대책이 제대로 추진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국방의학원 다시 추진되나
국방부는 4년 전부터 장기복무 군의관 양성을 위해 국방의학원 설립을 추진했다. 임상 경험이 풍부한 장기복무 군의관이 전체 군의관의 4%에 불과해 군 의료진에 대한 불신이 계속되는 상황을 더는 외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국방부는 2015년까지 국방의학원을 설립해 매년 40명, 중장기적으로 600명의 장기복무 군의관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국군수도병원을 비롯한 주요 군 병원에 배치할 계획이었다. 국방의학원 건립에 약 2000억 원, 연간 운영비로 약 726억 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올해 3월 국무총리실 주재로 국방부와 보건복지부, 교육과학기술부 차관 등이 참석한 회의에서 국방의학원 설립 계획은 취소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국방부 관계자는 “의사협회가 과잉 중복투자라고 반발했고 관련 부처에서 재원 마련에 난색을 표해 결국 포기하는 쪽으로 정리됐다”고 말했다.
이에 국방부는 국방의학원 설립을 포기하는 대신 내년부터 해마다 13명씩 장기복무 군의관 양성 요원을 민간 의대에 보내 전문의 자격증을 따도록 한 뒤 군에 복귀해 10년간 의무 복무토록 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인 대책일 뿐 의료 인력의 안정적 확보와 군 의료 수준의 향상을 위한 근본 대책이 아닌 만큼 무산된 국방의료원의 설립을 재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원유철 국회 국방위원장은 “군 의료체계에 대한 국민의 불안과 비판을 국회와 정부가 더는 외면해선 안 된다”며 “좌초된 국방의학원 설립 법안을 국방위 차원에서 재논의하겠다”고 밝혔다. 2008년 국방의학원 설립 법안을 발의한 박진 한나라당 의원도 “후진적 군 의료체계를 바꾸려면 국방의학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군내 의료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국방부는 군의 전반적 의료체계를 점검하고 다양한 개선책을 추진해 왔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그간 많은 대책을 추진했지만 예산 문제와 관련 부처 협의 과정에서 현실적 한계에 부닥쳐 빛이 바랜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장기복무 군의관 확보 문제만 해도 국방부는 그동안 군 장학생과 단기복무 군의관의 장기복무 전환, 사관생도 위탁교육, 민간 계약직 의사 채용 등 각종 노력을 기울였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08년 5월부터 2013년까지 180명의 민간 의사를 영입해 20여 개 주요 군 병원에 배치한다는 계획도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군 병원에 채용되더라도 전문계약직이어서 신분이 불안정하고, 군이 제시하는 1억 원 안팎의 연봉 수준에 민간 의사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장병의 심리상담에 필요한 정신과 전문의의 경우 연봉 요구 수준이 2억 원이나 된다”며 “민간 의사 채용 공고를 내도 전반적으로 연락이 잘 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국방의학원 설립 재추진을 비롯한 군 의료체계의 전면적 개선은 군 당국의 역량만으로는 요원하다”며 “범정부 차원의 정책적 관심과 예산 지원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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