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새 숨진 훈련병 2명, 같은 소대 소속이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4일 03시 00분


올해 2월 중이염 치료 못받아 자살한 훈련병, 지난달 야간행군뒤 패혈증으로 숨진 훈련병
軍, 소대폐쇄-소대장 대기조치… 민간병원 진료 쉽게 훈령 고쳐

지난달 충남 논산시 육군훈련소에서 야간 행군 뒤 패혈증에 따른 급성호흡곤란 증세로 사망한 노모 훈련병(23)이 올해 2월 중이염 증세로 민간병원 진료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는 편지를 남기고 자살한 정모 훈련병(21)과 같은 소대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본보 13일자 A1면 부모 가슴에 못 박는 구멍난 軍의료
A3면 체중 40kg 줄었는데 두달넘게…
▶ A2면 관련기사 구멍난 軍의료 대대적 손질 움직임

민간병원에서 이명 증세를 치료 받고 싶다고 호소하다 자살한 육군 훈련병의 사연을 보도한 동아일보 3월 1일자 A12면.
민간병원에서 이명 증세를 치료 받고 싶다고 호소하다 자살한 육군 훈련병의 사연을 보도한 동아일보 3월 1일자 A12면.
불과 2개월 사이에 같은 소대에서 훈련병 2명이 잇달아 숨지자 군 당국은 두 훈련병이 속한 소대를 폐쇄하고 소대장에게도 지휘를 중지시키고 대기 조치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정 훈련병은 올해 2월 중이염과 이명(耳鳴) 증세가 계속되자 민간병원에서 진료를 받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훈련소 측은 관련 훈령에 따라 국군대전병원에서 치료를 받도록 했다. 정 훈련병은 가족에게 ‘훈련소에서 민간병원 진료를 허락해주지 않는다’는 내용의 편지를 남긴 뒤 훈련소 내 화장실에서 목을 매 숨졌다.

이 사건 후 국방부는 육군훈련소의 의료시스템을 점검하는 한편 훈련병이 민간병원 진료를 원할 경우 훈련소장이 판단해 승인하도록 훈령을 고쳐 지난달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기존 훈령에 따르면 육군훈련소 훈련병은 국군대전병원의 군의관이 승인을 해야만 민간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현역 장병이 민간 의료기관을 이용할 경우 국방부가 내야 하는 건강보험 부담금을 줄이려는 취지 때문이었다.

군 소식통은 “육군훈련소의 1만5000여 명에 달하는 훈련병을 국군대전병원에서 모두 떠맡기 힘들고 진료 수준도 한계가 있어 훈령을 개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달 뒤인 지난달 23일 정 훈련병과 같은 소대의 노 훈련병이 야간 행군 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군 의료체계 전반에 대한 불신과 불안이 더 팽배하고 있다.  
▼ “軍의료 시스템 전면수술” ▼
원유철 국방위장 “즉각 추진”… 金총리 “진상 철저하게 조사”


오진과 늑장 치료로 인한 군 장병들의 피해 사례가 속출하면서 국회와 정부가 군 의료실태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대책 마련에 나섰다.

원유철 국회 국방위원장은 13일 국회 브리핑에서 “이제 ‘땜질식 처방’으론 우리 아들들의 생명을 지키고 군 의료시스템의 체질을 변화시킬 수 없다”며 △군 의료사고 진상조사 소위원회 구성 △국방의학원 설립 재추진 △관련 예산 확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08년 국방의학원 설립 법안을 대표 발의한 한나라당 박진 의원도 “올해 3월 무산된 국방의학원 설립 법안을 다른 여야 의원들과 뜻을 모아 다음 달 국회에서 반드시 되살리겠다”고 말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이날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다시는 이런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대비책을 강구하고 군 의료체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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