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5·16 비판’ 속내는 박근혜 견제?

손학규-정동영-정세균 “4·19 짓밟아… 경제성과 과장” 잇단 쓴소리

민주당 대선주자들이 5·16군사정변 50년을 맞아 박정희 정권에 대한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5·16에서 시작된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군부독재를 비판하면서 동시에 박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6일 오전 9시 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손학규 대표는 김진표 원내대표 취임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한 뒤 곧바로 5·16으로 화제를 돌렸다. 그는 “4·19 민주혁명은 5·16 군사쿠데타에 짓밟혔고 유신체제 붕괴 이후 ‘서울의 봄’은 전두환 군사쿠데타에 유린됐다. 민주주의가 군홧발에 짓밟히고 권위주의에 유린된 아픈 역사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와서 5·16을 재평가한다는 명목으로 (일부에서) 군사독재, 개발독재를 찬양해 가슴 아프게 한다”고도 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오늘은 5·16 쿠데타 발생 50주년이고 18일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31주년”이라며 “5·16은 한나라당 정체성의 핵심이고, 5·18은 민주당 정체성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5·18은 민주당에 한나라당과는 확실히 색깔과 이념, 정체성이 다른 우리만의 정체성을 강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세균 최고위원도 가세했다. 그는 “흔히들 박정희 정권이 정치는 잘못했어도 경제는 잘했다고 하는데 그야말로 성장률 착시효과였다”며 “연평균 9.1%의 고도성장을 했지만 그 성장의 열매는 서민과 중산층이 아닌 소수 부유층에 집중됐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5·16 비판에 대해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원칙적으로 박정희 군부독재를 비판하며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라면서도 “국민이 민주주의와 관련해 누구의 어떤 가치가 소중한지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나라당 박 전 대표를 견제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히 담겨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주변에선 이날 “박 전 대통령 시절에 대한 평가는 먹고사는 데 허덕이던 시절 국가발전을 이뤄낸 데 대한 긍정적 평가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국민이 판단할 몫”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