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대표 대담… 황우여 “아무 일도 못하는 식물의회 피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7일 03시 00분


김진표 “직권상정 없애 몸싸움 국회 끝내자”

한나라당 황우여(오른쪽),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동아일보가 주관한 여야 신임 원내대표 대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활짝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한나라당 황우여(오른쪽),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동아일보가 주관한 여야 신임 원내대표 대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활짝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여망은 ‘몸싸움 국회’를 끝내자는 것이다. 몸싸움의 원인이 되는 직권상정 제도를 없애야 한다.”(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

“그 못지않게, 아무 일도 못하는 ‘식물 국회’가 돼선 안 된다. 지역에 가면 국회가 왜 아무 일도 못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

18대 국회를 마무리할 여야 원내 사령탑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상견례를 한 후 이날 저녁 동아일보의 주선으로 다시 만났다. 두 원내대표 사이에는 축하와 덕담이 오갔지만 의견이 갈리는 주요 현안에 대해선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상견례에서 황 원내대표는 조선시대 오성 이항복과 한음 이덕형의 관계를 예로 들면서 “두 정승은 친구면서도 무섭게 대립하기도 했지만 좋은 안을 만들어 조정을 지켰다”며 협력을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도 “전임 김무성, 박지원 원내대표가 지고도 이기는 통 큰 정치를 했다”며 “황 원내대표와는 인간적 신뢰가 있기 때문에 같이 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1시간여 동안 진행된 대담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면서 김 원내대표는 “여야 관계는 ‘화기애애’가 아니라 ‘화기애매’해야 하는데…(분위기가 너무 좋다)”라고 농담을 했다. 대화는 두 사람의 오랜 인연과 서로에 대한 기대로 시작됐다.

○ ‘김 장로’ ‘황 장로’ 부르는 사이

▽김 원내대표=둘 다 기독교인이다. 사석에서 서로 ‘황 장로’ ‘김 장로’라고 부른다. 2006년 12월 말 경기 수원에 있는 교회에서 내가 장로가 될 때 (황 원내대표가) 축하해 주러 왔다. 서로 인간적 신뢰가 있다.

▽황 원내대표=김 원내대표는 부총리를 두 번 해 국정 전반을 보는 눈은 훨씬 높다. 오래 국정 경험을 해 얘기를 신뢰할 수 있다.

○ 여야관계, 김·황 “기대 크다”

▽김=의석 분포로 보면 한나라당이 일방 처리의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다. 국회 안에선 직권상정과 일방 처리로 한나라당이 계속 이겼다. 그런데 지방선거 재·보궐선거에서는 국회에서 매번 진 야당이 왜 계속 이겼을까. 야당 주장이 민심과 같은 거 아니겠느냐.

▽황=국회법이 가진 모순점 때문에 강행 처리하지 않으면, 몸싸움으로 막지 않으면 일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예산안 같은 게 시끄럽게 되면 국민이 불안해한다. 국민에게는 예산이 법률보다 중요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국민이 누가 더 잘못했는지로 선거 때 판단했는데 이제는 누가 더 잘했나를 봐 줬으면 좋겠다.

▽김=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법안은 직권상정 처리한 적이 있지만 예산안은 단 한 번도 일방 처리한 적이 없다. 예산안 날치기는 중대한 범죄 행위다. 세금은 한나라당을 뽑아준 사람들만 내는 게 아니라 야당이 대표하는 소수자, 서민도 낸다. 법안도 다수결의 원칙만 강조하다 보면 국회에서 논의할 필요도 없는 거 아니냐.

▽황=다수결 원리를 너무 엄격히 하면 한번 선거에서 진 정당은 4년 동안 할 게 없다. 선거 때는 다수당, 소수당으로 승패가 갈리지만 나머지 4년 동안 국민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살펴서 합의점을 모아야 한다.

○ “내 처지 이해해 달라” 호소

▽황=청와대와 다양한 계파로 형성된 거대 여당의 의견을 다 수렴해야지 내 주장만 할 수 없다. 김 원내대표도 (경선에서) 1표 차로 이겼는데, 당내 문제와 야권 연대까지 생각해야 한다. 두 사람만의 목소리가 아닌 함축된 얘기를 하다 보니 제대로 잘 어울릴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 든다. 우리 두 사람이 잘 극복해야 한다.

▽김=정부 여당이 야당에 양보하는 아량을 보여야 하는데, 황 원내대표가 선이 굵은 정치를 하실 분인데 청와대가 좋은 역량을 제약할까 봐 걱정이다. 여야 관계에선 여당이 양보해 주면 야당이 협조하는 게 순서다.

○ 여야 함께 공천쇄신? 김 “글쎄…”

▽황=오픈 프라이머리(국민경선제)는 가장 민주적인 방법이다. 이 제도를 도입하려면 역선택(상대 당 후보가 유리하도록 일부러 경쟁력이 없는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같은 날 두 당이 함께 해야 한다. 그 정도는 법으로 정해도 좋지 않나.

▽김=공천 쇄신은 각 당에서 선택해 결정할 문제다. 이걸 법으로 정한다는 것은 어색하다. 여든 야든 하나의 공천제도로 모든 지역구의 공천을 할 수는 없다.

○ 한미 FTA, 황 “야당 지적 검토하겠다”

▽김=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내용을 보면 양국의 이해균형이 무너졌다. 우리 정부가 이해균형을 맞추기 위해 미국 정부에 좀 양보하라고 말하도록 만드는 게 야당의 역할 아니냐.

▽황=야당이 지적하는 것을 면밀히 검토하겠다. 궁극적으로 국민이 최종 결정을 할 것이다. 선거가 코앞에 있기 때문에 여야가 국민의 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 북한인권법, 황·김 “생각이 다르군”

▽황=북한 인권에 대해 숙명적 책임을 져야 하는 우리가 아직도 북한인권법을 의결하지 않아 국제적 비난이 적지 않다. 과거 독재정부 시절 한국의 인권 문제를 외국에서 거론할 때 국민에겐 복음(福音)과도 같았다. 남북이 통일되고 나중에 북한 주민들이 우리에게 물을 것이다. 우리가 인권 침해를 당할 때 (남측은) 뭐 했느냐고….

▽김=민주당이 북한인권법에 반대하는 것은 우선 상임위에서 정상적인 심의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법안을 보면 북한 인권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 이런 법안을 통과시키면 북한 정권은 고슴도치처럼 더 오그라들 테고 북한 주민들의 인권은 더 희생될 것이다.

○ 국책사업 갈등, 황 “이해해 달라”

▽김=동남권 신공항을 애초에 안 할 생각이었다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라도 뺐어야 한다. 3년 지난 뒤에 (백지화)하려니 해당 지역에선 저항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

▽황=대선 공약 국책사업은 어느 당이나 당시 표심이랄까 민심이 중시하는 것을 공약으로 하지 않을 수 없는 부담이 있다.

○ 내년 예산안, 김·황 “불행 없도록”

▽김=정부가 10월 2일에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는데 여당은 정부와 사전협의를 하지만 야당은 그게 안 된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날치기 처리하면 무덤 파는 일이니 (여당이) 그렇게는 안 할 걸로 본다.

▽황=1월 1일부터 예산을 집행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12월 초에 예산이 통과돼야 제대로 계획을 세워 일할 수 있다. 그래서 가급적 헌법이 정한 기한을 지키는 게 옳다. 다만 사전에 야당에 충분히 검토할 시간을 주도록 하겠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