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대전에 과학벨트 거점지구를 두고 대구와 광주에 연구기능 일부를 분산한 ‘연합캠퍼스’ 방안이 확정되자 거점지구와 기능지구로 지정된 대전·충청권을 제외한 지방자지단체들은 강력히 반발했다. 과학계에선 ‘나눠 먹기식’ 배치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있지만 최종 결정이 난 만큼 과학벨트의 운영 방안을 놓고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 경북 “방폐장 반납, 법적 소송 검토”
거점지구를 바랐던 영호남권은 일제히 “불합리한 선정 기준과 정치논리로 결정됐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13일부터 과학벨트의 객관적 선정을 요구하며 단식에 들어갔던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건설 중인 울진 신원자력발전소, 경주 방사성폐기물처분장 등 기피시설을 정부에 반납하고 과학벨트 평가기준에 대한 법적 소송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강운태 광주시장은 “도둑맞은 과학벨트를 되찾아 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전 대덕으로 본원 등 핵심시설이 결정된 것은 원인무효이자 원천무효”라며 “현 정부가 (이를 시정하지) 않으면 다음 정부에서 바로잡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전시는 이날 오후 시청에서 환영대회를 열었고 충남과 충북도 환영한다는 반응을 내놨다. 염홍철 대전시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 이행하게 된 점을 환영하고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염 시장과 이시종 충북지사, 안희정 충남지사 등 3개 시도지사는 17일 대전시청에서 충청권 공조를 재확인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 과학계 “이제 운영방안 고민해야”
연구단이 배치된 과학기술대는 지역별로 온도차가 있었다.
양동열 KAIST 연구부총장은 “대전은 지정학적으로 우리나라의 중심에 있어 어느 곳에서도 오기 쉽고 연구단지가 이미 조성돼 있어 투자효율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반면 노도영 과학벨트 호남권유치위원회 위원(광주과학기술원 신소재공학부 교수)은 “과거에 이미 많이 투자한 곳에 연구개발(R&D) 비용이 또다시 몰리면 지역 불균형이 더 심해진다”고 지적했다.
지역 안배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종섭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전 전국자연과학대학장협의회장)는 “거점 지역에서 탈락한 지역을 배려하기 위해 기초연 연구단을 분산 배치하는 바람에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학벨트 조성으로 기초과학 연구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는 과학계에서는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정훈 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장(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과학벨트의 핵심은 입지 선정보다 무엇을 담을 것이냐는 것”이라며 “이미 기초연구를 담당하는 대학, 출연연과 기초연 간의 역할분담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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