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 소식통이 18일 “북한이 9·19공동성명을 들먹이는 것은 민주화에 헌신한 사람들이 부르던 노래인 ‘선구자’를 (민주화 인사들을 탄압하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즐겨 부르는 격”이라며 박의춘 북한 외무상의 발언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외무상은 17일 러시아 이타르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2005년 9·19공동성명의 동시행동(비핵화 약속 또는 조치에 대한 단계별 보상) 원칙에 따라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를 이행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또 “(9·19)성명의 당사자들은 동시행동 원칙 아래 핵전쟁 위협 포기, 핵무기 폐기, 관계 정상화, 평화를 담보하기 위한 메커니즘 조성, 경제협력 이행을 점진적으로 이행할 의무를 지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소식통은 한마디로 “북한식의 궤변”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9·19공동성명은 2006년, 2009년 북한의 핵실험으로 완전히 이상하게 돼버렸는데, 핵실험을 자행한 북한이 비핵화 의무는 이행하지 않고 권리만 주장하고 있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9·19공동성명이 발표될 당시에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기 전으로 이미 핵실험을 두 차례나 한 상황에서 북한이 관계 정상화를 주장하려면 먼저 핵무기부터 스스로 포기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어 이 소식통은 “냉정히 말해 북한이 핵실험을 했기 때문에 9·19공동성명은 파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 9·19공동성명에 대해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지난 한국 정부가 성명 도출에 관여했기 때문이지만 사실상 9·19성명은 미국과 북한 간에 합의된 것을 중국이 모호하게 문구를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한국 정부의 비핵화 전략은 9·19공동성명과 북핵 6자회담의 잘못을 바로잡는 데 있으며, 단계별 동시행동 원칙 대신 그랜드바겐(일괄타결)을 통해 북한 비핵화를 달성해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이 소식통은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를 이행하겠다’는 박 외무상의 말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에 따르면 박 외무상 발언의 방점은 ‘비핵화’가 아니라 ‘한반도 전체’에 있고, 이는 ‘북한 비핵화’가 아니라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철폐를 주장하며 6자회담을 북-미 간 핵군축 회담으로 변질시키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다만 정부의 한 당국자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말은 1991년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에도 있는 만큼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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