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친이(친이명박)계가 급속히 분화하고 있다. 슬슬 ‘이명박 대통령 색깔 지우기’를 시작하며 다양한 성격의 소장파 및 다른 계파와의 연대를 통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친이계 최대 계파모임인 ‘함께 내일로’는 18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조직을 계속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4·2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해체설’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참석 의원들은 일단 “내부 쇄신을 통해 전열을 가다듬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 자리에서 안경률 전 회장은 “‘함께 내일로’의 역사적 과제는 남아 있다”고 강조했고, 심재철 전 정책위의장도 “(모임을) 그만두자는 결정을 내린 바 없다. 개인의 추측성 발언이 와전돼 (해체할 것처럼) 보도됐다”고 거들었다.
일부 의원이 “발전적 해체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지만 이들도 토론을 거치면서 조직은 유지한 채 쇄신을 해나가자는 데 동의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선 민감한 발언도 나왔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 이재오 특임장관의 계파모임인 것처럼 비치는 것을 혁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탈이명박’뿐만 아니라 ‘탈이재오’까지 거론된 것이다. 이날 회의에는 전체 회원 70명 중 20명만 참석했다.
친이계 분화의 또 다른 움직임은 강승규 조해진 김영우 의원 등 이 대통령의 대선조직이던 안국포럼 출신으로부터 시작되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당과 청와대, 정부에서 ‘주류’ 역할을 하지 않은 친이계 내부의 소장파들이다. 전날엔 17명이 모여 향후 진로를 논의하기도 했다. 이들은 조만간 모임의 명칭과 운영 방식을 결정해 당 쇄신 조직을 본격적으로 출범시킬 예정이다. 특히 이 모임엔 박근혜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진영 의원, 정몽준 전 대표와 가까운 전여옥 의원 등도 참여하고 있다. 진 의원은 이 모임의 좌장을 맡기로 했다. 이들도 한나라당의 보수개혁을 주창하고 있다.
한편 신주류로 떠오른 ‘새로운 한나라’에는 정두언 정태근 의원 등 원래 친이 직계로 출발했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 이 대통령 및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워 온, 이른바 ‘등 돌린’ 친이계가 참여하고 있다. 중립 성향 의원 및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과 연대해 황우여 원내대표를 당선시킨 이들은 정부의 감세 기조를 비판하고 복지정책 강화를 주장하면서 당 정책의 ‘좌클릭’을 주도하고 있다.
이 밖에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과 가까운 의원들도 분화하고 있다. 윤석용 의원은 ‘새로운 한나라’에, 이은재 의원은 친이 소장파 모임에 동참했다. 이런 분화와 재편 과정에 있는 친이계들의 한판 승부는 7·4 전당대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친이 소장그룹’ 중심의 보수개혁이냐, 신주류의 중도개혁이냐의 새로운 대립구도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물론 ‘함께 내일로’ 소속 구주류도 세력 규합을 위해 암중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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