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중]장쩌민 前주석 고향엔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3일 03시 00분


열차로 30시간 달려 남부 양저우까지… 3000km ‘광폭 행보’

사흘째 중국을 방문 중인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2일 오후 7시 54분(현지 시간) 장쑤(江蘇) 성 양저우(揚州)에 도착했다. 김 위원장이 도착하기 약 1시간 전 20여 대의 차량이 역에 도착했으며 열차 도착 후 약 40분이 지난 뒤 김 위원장 일행이 탑승한 것으로 보이는 고급 세단, 버스 등의 차량 행렬이 역사를 빠져나갔다. 차량 행렬은 양저우 영빈관으로 들어갔다.

김 위원장은 20∼22일 계속 특별열차에서 잠을 자며 중국을 남북으로 종단하는 장거리 일정을 강행했다. 당초 김 위원장이 20일 지린(吉林) 성 투먼(圖們)을 통해 중국 방문에 나서자 방중 목적을 동북 3성과 북한 나선과의 경제협력 강화로 보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양저우까지 내려오자 경제협력 이상의 ‘광폭 구상’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 위원장이 남방 일부 도시를 시찰한 후 베이징(北京)으로 돌아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와 만날 가능성이 있다. 이번 방중이 5일을 훌쩍 넘기는 긴 일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 다목적의 방중 목적


김 위원장은 20일 오전 헤이룽장(黑龍江) 성 무단장(牡丹江)에서 베이산(北山) 공원과 징보(鏡泊) 호의 항일 유적지를 방문한 후 하얼빈(哈爾濱)을 무정차 통과해 이튿날 오전 지린 성 창춘(長春)에 도착했다. 지난해 8월 방문하려다 들르지 못했던 이치자동차(중궈디이치처·中國第一汽車)만 둘러본 후 오후 2시 20분경 출발했다. 이후 김 위원장은 랴오닝(遼寧) 성 선양(沈陽)과 톈진(天津) 등을 쉬지 않고 지나쳐 1800km를 약 30시간 동안 달려 양저우에 도착했다.

양저우는 1991년 10월 김일성 주석이 마지막으로 중국을 방문했을 때 난징(南京)에서 장쩌민(江澤民) 주석과 만난 후 찾은 곳이다. 김일성이 묵었던 양저우 영빈관에는 김 주석의 기념사진이 보관돼 있는 등 곳곳에 김 주석의 흔적이 남아있다. 양저우는 장 전 주석의 고향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과 장 전 주석이 만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은 핵실험으로 인한 유엔 제재, 그리고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한국 정부로부터 지난해 5월 24일 이후 1년째 교류 중단 등 제재를 당하고 있고, 최근 춘궁기까지 겹쳐 식량 상황이 심각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규모 식량 원조를 구하는 것이 가장 큰 숨은 목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 위원장이 70여 명의 공무원을 수행해 도시들을 두루 돌아봄으로써 개혁 개방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고, 북한 주민들에게도 희망을 주는 제스처를 취하려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 시선 쏠리는 상하이행


김 위원장은 23일에는 2006년 방문 시 ‘천지가 개벽했다’고 감탄했던 상하이에 들를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과 중국 지도부의 회담은 남방 도시 견학 후 베이징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창춘에서처럼 중국 지도부가 직접 내려와 상하이 등 지방도시에서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양저우=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