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2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4차 한중일 3국 정상회의는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재난 협력 및 원자력사고 협력 체제 구축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
그러나 하루 전인 20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전격 방중에 나섬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정상회담에선 김 위원장의 방중 이슈가 심도 있게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 한중 정상 60분 동안 무슨 얘기?
뉴오타니 호텔에서 열린 이 대통령과 원 총리의 단독회담은 당초 예정됐던 30분보다 훨씬 긴 60분 동안 진행됐다.
단독회담에는 우리 측에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천영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만 참석했다. 그만큼 양측 정상이 ‘외부 비공개’를 전제로 깊은 대화를 나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원 총리가 김 위원장을 만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만큼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논리와 구상을 상세히 설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이 언제 김 위원장을 초청했는지, 김 위원장은 어떤 동선으로 움직이는지 등에 대해 원 총리가 설명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홍상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원 총리의 요청에 따라 양국의 신뢰 차원에서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원 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비핵화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북한을 안고 가겠다는 태도를 거듭 밝힌 것으로 보인다. 이날 채택한 3국 정상선언문은 “북한이 주장하는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에 관한 우려가 표명됐다”고 밝혔다. 북한의 UEP 문제는 북한의 ‘주장’일 뿐 국제사회가 확인한 바 없으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논의를 시작할 수 없다는 논리를 중국이 관철시킨 것이다. 또 1월 미-중 정상회담 때는 ‘우려의 주체’가 워싱턴과 베이징 정부로 명시됐지만 이번에는 ‘수동태 문장’이 쓰이면서 주체가 모호해졌다. 한 외교소식통은 “그럼에도 정상선언문에 UEP 문구가 들어간 점은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은 다만 “북한의 핵 보유에 반대한다”며 ‘한반도 비핵화’라는 외교정책의 기본 원칙을 재확인하는 등 북핵 해결을 위한 노력은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도 3국 정상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북한 핵 폐기를 위한 6자회담 재개에 앞서 남북대화 때 북한은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데 3국 정상이 의견 일치를 봤다”고 말했다. ○ 한일 정상, 원전 협력 강화
도쿄 게이힌칸(迎賓館)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선 일본 대지진 경험 공유가 강조됐다. 두 정상은 어느 한 나라에서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할 경우 인적 물적 지원을 위한 양국 간 방재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적절한 시기에 실무 차원의 전문가회의도 갖기로 했다.
두 정상은 일본 대지진 피해의 조속한 복구를 위해 ‘일본 동북지방 부흥·관광지원을 위한 한일 파트너십’에도 합의했다. 공동 언론발표문 형식의 한일 파트너십은 한국 정부와 기업 관계자로 구성된 부흥 촉진 사절단을 일본 동북지역에 파견해 현지 지방자치단체 및 기업 관계자들과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한편 간 총리는 조선왕실의궤의 조기 반환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반환을 통해 양국 문화 교류와 협력이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한중일 FTA 연구 연말까지 종료
이에 앞서 3국 정상은 게이힌칸에서 2시간 동안 정상회의를 열고 정상선언문과 부속문서를 채택했으며 원자력 안전을 위해 비상 시 조기통보 체제를 구축하고 사고 시 기류 분석 및 예측 정보를 교환하는 등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3국이 지리적으로 가까워 한 나라의 원전 사고나 재난은 세 나라 국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정보 교환 등 제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중요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3국 정상은 내년 말까지 끝내기로 했던 3국 자유무역협정(FTA)을 위한 산관학 공동연구를 1년 앞당겨 올해 말까지 종료하고 3국 투자협정 협상도 연내에 끝내기로 했다. 또 지난해 합의했던 3국 협력사무국을 올 하반기에 서울에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2년 임기로 순번제로 맡게 될 첫 사무총장에는 신봉길 외교부 국제협력대사가 내정됐다. 내년 5차 정상회의는 중국에서 열린다.
도쿄=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 정상선언문 부속문서(요지) ::
●재난관리: 한 나라에 중대 재해 발생 시 신속히 재난구호팀과 물자를 지원. 재해국은 가능한 한 신속히 접수. ●원자력 안전: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정보를 최대한 제공. 긴급 시 조기통보체제 구축. 원전사고 시 기류분석 및 예측정보 공유. ●지속가능 성장: 원전사고 맞아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효율성 제고 필요성에 주목. 저탄소기술 확산을 위한 협력체제 구축 중요성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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