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기인 23일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사저에서 범야권의 핵심 인사들과 점심을 함께했다. 오후 2시 노 전 대통령 묘역에서의 공식 추도식이 열리기 전이었다.
○ 주선자는 문재인, 침묵한 유시민
점심에는 이해찬 한명숙 전 국무총리, 김원기 임채정 전 국회의장, 손학규 민주당 대표,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 박지원, 김진표, 전·현 민주당 원내대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이광재 전 강원지사, 송기인 신부(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이사장),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 노 전 대통령의 오랜 후원인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등 15명가량이 초청됐다. 연락은 문재인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했다고 한다.
권 여사는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이 처음엔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더라. 시간이 약이더라”라며 한동안 흐느꼈고, 숙연해진 참석자들은 각기 노 전 대통령과의 추억 등을 얘기하면서 고인을 회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전 실장은 “노 전 대통령 추모행사가 전국 35곳에서 열렸다. 1주기였던 지난해보다 훨씬 많아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부산 경남이 변하고 있다. 내년 4월 총선에서 최소한 민주당이 10석은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에 대다수 참석자는 “10∼15석 확보는 무난할 것”이라고 동의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참석자들의 정치적 견해가 다소 달라서인지 야권통합과 같은 정치 현안에 대해선 깊이 있는 이야기가 오가지 않았다”며 “특히 유시민 대표는 시종 침묵했다”고 전했다.
권 여사는 봉하마을 사저를 일반에 공개하고 자신은 봉하마을 내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기기 위해 용지를 알아보고 있다고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이 밝혔다. 김 사무국장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권 여사는 묘역과 생가도 관리해야 되니까 당분간은 봉하를 계속 지키는 것이 본인의 책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권 여사는 지금도 노 전 대통령이 떨어진 부엉이바위 쪽은 잘 쳐다보지 못한다”고 전했다.
LG전자 미국 샌디에이고 법인에 근무하는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 씨는 최근 중국 베이징 지사로 발령이 나 근무지를 옮기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 여사는 “가까운 데로 와서 좋다”고 말했다고 한다.
○ 문재인, ‘바보 정신’ 강조
문 전 실장은 이날 추모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대의를 위해 자신의 불리를 감수하는 ‘바보 정신’이 노무현 정신”이라며 “사회에서는 가난하고 힘든 이들의 복지를 위해 애쓰는 이들과 함께하는 것, 정치에서는 총선 대선을 앞두고 야권통합의 힘을 모으는 과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2년 야권의 대선 주자로 자신이 거론되는 데 대해 “유권자들이 판단할 문제로 대답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즉답을 피했다. 다만, “야권 전체가 힘을 모으는 역할에는 참여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전 실장은 이날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발표한 대선후보 지지율 주간조사에서 3.3%로 8위를 기록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33.1%), 민주당 손 대표(11.3%), 참여당 유 대표(8.5%)보다는 뒤지지만 그가 정치권 밖 인사란 점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하다.
친노(친노무현)그룹 핵심인 이광재 전 지사는 MBC 라디오 방송에서 ‘문재인 대망론’과 관련해 “정치는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역사의 도구가 되라’는 부름이 있는 만큼 나름대로 진지하게 생각해볼 만하다”며 “노 전 대통령도 늘 ‘역사가 진보할 수 있다면 나를 역사의 도구로 써 달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손 대표 지지를 공언한 바 있는 그는 이어 “손 대표나 문 전 실장 같은 중도 성향의 분들과 진보적 성향의 분들이 대선에서 힘을 합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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