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 만에 머리를 맞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북-중 간 경제협력과 북핵 6자회담 재개 방안, 북한의 후계세습 등 양국 간 현안 전반에 걸쳐 의견을 나눈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정상회담으로 김 위원장의 7차 방중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가 북한으로 돌아간 뒤 이번에는 또 어떤 후속 조치가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한반도 긴장 완화 돌파구 열릴까
김 위원장과 후 주석은 이날 3시간이 넘게 함께 시간을 보냈다. 지난해 5월 방중 때에는 김 위원장과 후 주석이 정상회담과 곧이어 만찬을 했으며, 여기에 4시간 30분이 소요됐다. 당시 만찬은 오후 10시가 넘어서까지 계속됐다.
이날 정상회담에서는 우선 두 정상이 각각 자국의 사정을 소개하면서 상대국을 칭찬하는 절차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경제시찰을 통해 본 중국 개혁개방의 눈부신 성과를 극찬하고, 후 주석은 북한이 최근 적극적으로 나서는 개혁개방 노력을 높이 평가하는 식으로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방중에서 북중 지도부간의 합의 등 형식으로 6자회담 재개와 천안함 폭침 국면 타개를 위한 가시적 조치가 나올지 관심이다. 여기에는 북한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중단,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중지, 영변지구 우라늄 농축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문가들의 접근 등이 있을 수 있다. 이날 회담엔 북한의 핵 외교 실무사령탑인 강석주 외교담당 부총리도 배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위원장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오찬은 원 총리가 지난 주말 도쿄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회동한 데 이어 베이징으로 돌아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대통령에 이어 곧바로 김 위원장과 만나는 것이어서 남북 정상이 원 총리를 통해 ‘간접 대화’하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 ‘통 큰 후속조치 나올까’
김 위원장이 2000년 5월 중국을 방문해 베이징(北京)에서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렸던 중관춘(中關村)을 시찰하고 돌아간 후 3개월 뒤에 우리 정부와 개성공단 건설 합의가 나왔다. 김 위원장은 두 번째 중국을 방문한 2001년 1월 상하이(上海)를 찾았을 때 푸둥(浦東)지역의 발전상을 보고 “천지가 개벽했다”고 말했으며 이듬해 7월부터 시행한 7·1 경제관리 개선조치나 금강산특구 제정 등의 조치가 나왔다.
지난해 8월 방중했을 때는 랴오닝(遼寧) 성 다롄(大連)과 톈진(天津)에서 잇달아 경제개발구를 찾아 지난해 1월 북한이 나선직할시를 특별시로 바꾸면서 개발의 모델을 찾으려 한다는 관측을 낳았다. 실제로 지난해 김 위원장의 방중 이후 중국의 동북 개발 계획인 창지투(長吉圖·창춘∼지린∼투먼을 잇는 개발) 계획과 나선시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베이징의 소식통은 “중국은 최근 1년 사이 3번의 양국 정상회담에서 일관되게 경제협력을 강조해 온 만큼 이번 정상회담에서 좀 더 진전된 내용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재 북-중 간에는 훈춘∼나선 고속도로 포장공사와 황금평 개발 착수 등이 예정돼 있다. 따라서 이런 현안 외에 창지투와 북한의 협력을 구체화 내지 확대하는 방안들이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김 위원장의 방중이 특별한 조치를 위한 순방이 아니라는 견해도 없지 않다. 이번 방중 일정만으로 보면 경제개발 모델을 찾기 위한 시찰로는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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