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뒤에도 반목… 정치가 이런건가 실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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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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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기영 전 강원지사 후보

“이런 게 정치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27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엄기영 전 한나라당 후보. 앵커 출신으로 전국적인 인지도를 가진 그의 선거 패배를 점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 그는 27일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정치) 데뷔 무대에서 고배를 들었으니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며 “하지만 좋은 경험이었다. (그동안) 정치를 관조하는 입장에서 주도하는 입장으로 바뀌어 보니 현실과 이상에 큰 차이가 있음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선거 후 한 달 동안 어떻게 지냈나.

“(투표일) 개표 끝나고 오전 2시경 ‘오늘은 뭐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거 운동 하느라 정말 바쁘게 보냈는데 당장 할 일이 생각나지 않았다. 일주일 정도 강원도 18개 시군을 다니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선거 기간 중 일일이 연락 못한 분들에게 전화도 하고 뒷정리를 하다 보니 시간이 참 빨리 갔다.”

―선거 패인은….

“경쟁 상대보다 지지를 얻지 못한 것이 패인 아니겠나. 선거나 정치에 경험이 없어 내 진정성을 도민에게 충분히 알리지 못한 것이 패인이다. 도민의 선택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마땅하다.”

4·27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서 패한 엄기영 전 한나라당 후보는 현실 정치에 대한 실망감을 표시했다. 또 정치 데뷔 무대에서 패했지만 “좋은 경험이었다”고 밝혔다.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4·27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서 패한 엄기영 전 한나라당 후보는 현실 정치에 대한 실망감을 표시했다. 또 정치 데뷔 무대에서 패했지만 “좋은 경험이었다”고 밝혔다.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앵커 출신이라 TV토론에서 앞설 것으로 예상됐는데 밀렸다는 평가가 많다.

“국내 최장수 앵커 출신이라는 경력 때문에 도민의 기대치가 높았던 것 같다. 사실 앵커 출신으로서 말과 단어의 중요성을 잘 알기 때문에 함부로 말하지 않고 정제된 표현만 하다보니 전달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선거 막판 강릉 콜센터 사건이 터졌다.

“그 때문에 한때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만한 사건으로 흔들리는 지지세라면 사상누각이 아니었겠나. 주부들이 별 생각 없이 아이들 학원비라도 벌겠다고 나섰다가 심적으로 크게 고통을 당한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 그나마 과태료 부과가 안 돼 다행이다.”

―콜센터 사건을 주도한 최모 씨와는 어떤 사이였나.

“지난해 강원도를 위해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시작한 일이 2018 평창겨울올림픽 유치 활동이다. 국민적 유치 붐 조성이 절실하다고 판단해 서명운동을 했고 많은 분이 동참해 주었다. 추운 날씨 속에서도 많은 자원봉사자가 서명운동을 펼쳤다. 최 씨도 이렇게 적극 나서준 분들 가운데 한 사람이다. 안타깝다.”

―현실 정치를 처음 경험했는데….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상대 지지자들끼리 반목하는 모습을 보고 이런 게 정치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론화된 장이 아니라 물밑에서 이뤄지는 일이 많은 것에 실망이 컸다. 할 말은 많지만 이 정도로 하자.”

―강원도의 현 상황을 진단한다면….

“출마 당시 언급한 것처럼 강원도의 현실은 좋다고 할 수 없다. 곳곳에서 막히고 중단되고 시원하게 풀리는 일이 없다. 한마디로 갑갑하다. 그래서 2020년을 목표로 다시 뛰는 강원도의 미래와 비전을 만들고 싶었다.”

―내년 총선출마설도 나오고 있다.

“내가 직접 언급하지 않은 일로 설왕설래하는 일은 이제 없었으면 좋겠다. 보궐선거 출마도 고향을 위해 무언가 하고 싶었던 것이지, 자리를 생각하고 정략적인 결심을 했던 것은 아니다. 고향을 위해 일하겠다는 마음에 변함이 없다. 한나라당 당원으로서 강원도와 당을 위해 할 일이 있다면 주어진 책임을 다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도민에게 할 말은….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다. 선거 과정에 나타난 지지와 비판 모두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 낙선을 사랑의 채찍으로 여기고 더욱 낮은 자세로 강원도를 위해 보탬이 되는 일을 하겠다.”

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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