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4선 의원이면서도 그동안 정치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던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연일 뉴스의 중심에 서면서 당 안팎에서 나오는 말이다. 5·6 개각에 따른 5개 부처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에 대해 야당에서조차 “‘황풍(黃風)’에 밀려 맥없이 끝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치권의 이목이 황 원내대표가 내건 ‘반값 등록금’ 등의 어젠다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원내대표 경선에서의 ‘깜짝’ 승리로 집권 여당의 원내사령탑을 맡은 지 3주가 지나면서 그의 ‘정치적 코드’가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다.
○ 등록금은 준비된 화두…다음 이슈는 북한 인권?
황 원내대표가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 문제를 갑작스레 제기하자 여권 내에선 “정부 및 의원들과 사전 조율도 없이 그런 민감한 문제를 던지면 어떡하느냐”는 볼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등록금 문제는 황 원내대표가 평의원 시절부터 관심을 기울여온 전공 분야였다. 2009년 8월 취업후학자금상환제(ICL) 논의가 한창일 때 황 원내대표는 “학자금상환제도 훌륭한 제도지만 앞으로 궁극적 목표는 기성세대가 다음 세대를 위해 등록금을 부담해준다는 것”이라며 무상등록금제의 검토를 주장하기도 했다. 국회 교육위원장(현 교육과학기술위원장)을 지내며 교육 문제에 천착해온 그로서는 등록금 부담 완화는 돌출적인 문제 제기가 아니었다.
그의 다른 관심사는 북한 인권이다. 그는 현재 국회 인권포럼의 대표이며 북한자유이주민 문제를 위한 국제의원연맹(IPCNKR)의 결성을 주도하고 상임대표도 맡고 있다. 탈북자들의 북한 강제송환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중국 정부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다. 민주당의 반대로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고 있는 북한인권법은 사실 황 원내대표가 직접 발의한 것이다. 원만한 여야 관계를 추구하는 황 원내대표가 북한인권에 대해서만은 소신을 굽히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황 장로’
황 원내대표는 ‘국가와 교회’라는 책을 직접 쓰고 ‘기독교 민주주의’라는 번역서를 감수할 정도로 종교적 신념을 자신의 정치철학에 접목하려 노력해 왔다. 북한인권법 추진에 적극적인 것도 종교인으로서의 신념 때문이라는 게 주위의 평가다. 국회조찬기도회장인 그는 3월 이명박 대통령이 국가조찬기도회장에서 무릎을 꿇고 통성기도를 했을 때도 함께 기도를 했다. 이슬람채권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일명 수쿠크법) 처리에도 반대한다. 이런 종교적 신념도 그의 정치적 행보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 실력자들과 깊은 신뢰
황 원내대표는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계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면서도 이 대통령이나 형인 이상득 의원, 박 전 대표와도 적잖은 인연과 인간적 신뢰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황 원내대표는 2007년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 당시 사무총장으로 경선을 관리했다. 계파 이미지가 약해 당시 치열한 경선 관리의 적임자로 꼽혔기 때문이다. 경선이 끝난 후에는 깨끗하게 사퇴했다.
황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과는 기독교 장로라는 공통점이 있다. 박 전 대표는 황 원내대표의 사심 없는 태도에 호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떨어지긴 했지만 2009년 5월 원내대표 경선 당시 황 원내대표가 친박계 최경환 의원과 ‘러닝메이트’로 출마했던 것도 박 전 대표의 배려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당시 이상득 의원도 황 원내대표를 지원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내년 대선 정국에서도 황 원내대표가 당의 통합에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다.
○ 원조 코드는 ‘昌’
황 원내대표는 판사시절 조용하고 비정치적인 성품 때문에 주변에선 정계 진출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런 그를 정계로 이끈 것은 법조계 선배인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였다. 19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김영삼 대통령 측이 이 전 대표에게 신한국당(한나라당의 전신) 입당을 제안하자 이 전 대표는 황 원내대표의 공천을 조건 중 하나로 내세웠다는 후문. 이에 앞서 1993년 이 전 대표는 감사원장으로 임명되자 황 원내대표를 감사위원으로 데려갔다.
황 원내대표가 이 전 대표의 두 차례 대선 출마 때 핵심 측근으로 활동한 데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 한나라당과 선진당의 보수연합 등 정계개편이 추진되면 황 원내대표가 보이지 않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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