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중 이후]상석 차지한 김옥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8일 03시 00분


공식석상 영부인급 대접… 권력행사 본격화되나 관심

25일 북-중 정상회담 뒤 열린 만찬 헤드테이블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넷째 부인 김옥(47·사진)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양제츠(楊潔지) 중국 외교부장과 다이빙궈(戴秉國) 국무위원 사이에 앉아 있었다. 바로 뒤에 통역까지 대동해 “사실상 영부인급 대접”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 여성은 24일 김 위원장이 난징에서 전자업체를 시찰할 때에도 김 위원장과 함께 승용차 뒷좌석에서 내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정보당국은 그가 김옥이 맞다고 보고 있다. 만찬 테이블 위 명패에는 이름이 석 자로 돼 있지만 다른 이름을 쓰기 때문이라는 추정이다.

김옥의 이런 행보는 김 위원장의 부인으로서 외교행사에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전 부인인 성혜림이나 고영희는 공식석상에서 김 위원장을 수행한 적이 없다.

김옥은 2008년 김 위원장이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때 옆에서 그를 보살피며 ‘문고리’ 권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내부 소식에 정통한 한 탈북자는 “당시 김옥은 자신이 장성택 당 행정부장과 함께 김정일의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주변에 이야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옥은 평양 음악무용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뒤 1980년대 초반부터 김 위원장의 서기실 과장으로 근무하면서 가까운 거리에서 그를 보좌해 왔다. 2004년 셋째 부인 고영희 사망 이후 사실상 부인 노릇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과의 사이에 일곱 살짜리 아들이 있다는 소문도 있다.

그런 김옥을 보며 중국 마오쩌둥(毛澤東)의 셋째 부인인 장칭(江靑)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다. 여배우 출신으로 문화혁명을 기획한 이른바 ‘사인방’ 중 한 사람인 장칭은 마오쩌둥 말기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해 측천무후나 서태후에 비유되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김옥이 그 정도의 권력을 행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전문가는 “김옥이 섣불리 권력을 행사하려 했다면 벌써 숙청당했을 것”이라며 “권력을 쥐려다 매장된 김일성 둘째 부인 김성애의 전례도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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