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출석한 금융위원장-금감원장 김석동 금융위원장(오른쪽)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27일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해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은진수 전 감사위원의 비리 연루 혐의가 드러나자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나라당의 재·보궐선거 패배, 새 지도부의 정책노선 선회에 이어 권력 심장부의 비리 사건까지 터지면서 팽팽한 위기의식에 휩싸인 분위기다.
당정청 수뇌부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만나 저축은행 비리 사건 수사와 대학 등록금 부담 완화 방안 등 주요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나라당에선 황우여 원내대표와 이주영 정책위의장, 정부 측에서 김황식 총리와 임채민 총리실장, 청와대에서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백용호 정책실장이 참석할 예정이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27일 오전 청와대에서 비서관(1급) 40여 명이 참석한 확대비서관회의를 주재했다. 당초 주제는 ‘어떻게 하면 청와대가 효과적으로 작동할까’였지만 최근 사태에 대한 반성과 자기성찰의 자리로 바뀌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임 실장은 2시간 45분 동안 비서관 20여 명의 발언을 들은 뒤 회의를 마무리하면서 ‘남 탓을 하기보다는 스스로에게서 문제점을 찾는다’는 뜻인 ‘반구저신(反求諸身)’을 거론했다. 임 실장은 “그동안 청와대에 소통, 동지애, 공감이 부족했다”며 “청와대에는 동지는 없고 동업자만 있다는 외부 평가를 뼈아프게 받아들이자”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청와대가 가장 낮은 곳에서 국민을 섬기는 ‘최후의 을’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5·6 개각으로 퇴임하는 장관들을 격려하기 위해 국무위원 전원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임기 하루 전까지 일하는 전통을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다. 나도 마찬가지로 행복한 퇴임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감사위원의 비리 혐의로 직격탄을 맞은 감사원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양건 감사원장은 이날 “지켜야 할 원칙들을 철저히 준수하고 오해받을 만한 일이 없도록 처신에 각별히 유의하라”고 지시했다. 양 원장은 외부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감사원 신뢰회복 방안의 구상에 들어갔다. 정창영 사무총장도 과장급 이상 전체 간부가 참석하는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이날 저축은행 사태에 대해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니 전모가 밝혀지면 정치권에서도 필요 시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황 원내대표는 이날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저축은행 사건 수사에서 놀랍게도 감사원 감사위원이 연루된 혐의가 나타나 국민이 걱정하고 있다”며 “감사원은 사상 초유의 현역 감사위원이 연루된 혐의를 성역 없이 자체 감사하고, (검찰) 수사도 성역 없이 엄정히 해 감사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사원 감사위원을 지낸 황 원내대표는 은진수 전 감사위원의 비리 연루 혐의를 엄중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은 전 감사위원의 뇌물의혹 사건을 ‘측근 권력 게이트’라며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손학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의 최측근이 감사위원으로 가는 것이 부당하다고 그렇게 말렸는데도 임명했고 그 결과는 최악으로 나타났다”고 비판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도 “정권 말 게이트로 비화할 조짐이 보인다”며 “국회 국정조사를 6월 임시국회에서 실시하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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