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南과 상종 안해… 동해 軍통신선 차단”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31일 03시 00분


예비군훈련장 ‘김일성 3代 사진 타깃 사격훈련’에 신경질적 반응

북한 국방위원회가 30일 돌연 한국 정부와 “더 이상 상종하지 않을 것이며 거족적인 전면공세에 나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방위는 동해 군 통신선을 차단하고 금강산관광지구의 통신연락소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국방위는 대변인 성명에서 “이명박 패당의 반공화국 대결책동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거족적인 전면공세에 진입할 것”이라며 “반공화국 심리전에 대해서는 임의의 시각에 임의의 대상을 목표로 불의적인 물리적 대응을 따라세우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성명은 또 “핵 포기와 당치 않은 ‘사과’에 대해 줴치면서(지껄이면서) ‘베를린 제안’의 그 무슨 ‘진의’에 대해 주제넘게 떠들고 있다”며 “날조된 사건과 정정당당한 우리의 자위적 조치를 걸고 북남관계를 수습할 수 없는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태도 변화는 최근 인천과 경기 양주의 예비군훈련장에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사진을 표적으로 사격훈련을 했다는 남측 언론 보도에 따른 신경질적 반응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이후 일부 군부대에선 장병들의 대적관을 확립하고 북한군에 대한 적개심 고취를 위해 김 위원장 등 북한 수뇌의 사진이 실린 사격 표적지를 사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김정일 일가에 대한 비판을 체제에 도전하는 모욕으로 여긴다. 이에 김정일이 위원장인 국방위가 성명을 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북한 성명은 “호전광들이 5월 23일부터 경기도 양주, 인천시의 화약내 풍기는 사격장에 숱한 괴뢰군을 내몰아 총포탄을 마구 쏘아대는 광기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올해 초부터 펼쳐 온 대남 유화공세의 효과가 없다고 판단해 압박공세로 전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지난달 방북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통해 남북 정상회담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대화 공세를 펴왔다. 이날 성명은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해 사과하라는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특히 정부는 김 위원장이 중국을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강경한 태도로 돌변한 배경을 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김 위원장에게 북핵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남북대화를 수용할 것을 촉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결국 북한은 한중이 요구하는 ‘남북대화 우선’ 원칙에 순순히 응할 수 없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북한의 조치는 실효성이 없다고 밝혔다. 한 당국자는 “동해 군 통신선은 지난해 말부터 연결이 잘 안 돼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금강산지구 통행 통보도 서해 군 통신선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군 당국은 북한이 ‘대북 심리전에 대한 물리적 대응’을 위협한 만큼 전단(삐라) 살포지역에 조준사격을 가할 수 있다고 보고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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