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전대 룰, 결국 박근혜 뜻대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31일 03시 00분


대권-당권 분리 규정… 박근혜 “어떻게 만든 당헌인지 알만한 분은 다 알아”
정의화 “합의 안된 부분은 현행 룰대로 따르기로”… 소장파 중재안, 친박이 거부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30일 전체회의를 열어 7·4 전당대회 경선 룰의 핵심 쟁점인 현행 당권 대권 분리 조항과 대표 최고위원과 일반 최고위원의 동시 선출 규정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투표인단은 21만 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번 논의를 거치면서 친박(친박근혜)계와 소장파 의원들 간의 밀월관계에 금이 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박근혜 가이드라인’을 둘러싼 의견 대립이 표출됐기 때문이다.

○ 박근혜, “어떻게 만들어진 당헌인데….”

박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한나라당 당헌은 수개월 동안 57차례의 공청회를 거쳐 만들어진 것으로 당헌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 만한 분은 다 안다”고 말했다. 당권-대권 분리 등 ‘경선 룰 현행유지’ 태도를 거듭 확인한 것이다.

결국 이날 오후 6시 반 정의화 비대위원장은 회의를 마친 뒤 지친 표정으로 서울 여의도 당사 기자실 단상에 섰다.

그는 “합의가 되지 않으면 표결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표 대결이 향후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지 우려됐다”면서 “합의된 부분은 합의된 대로, 합의가 안 된 부분은 현행 룰대로 따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박 전 대표의 생각대로 결론이 났다는 지적에 그는 “결론적으로 유사하게 됐지만 한나라당은 대한민국 국민의 당이지 개인의 당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헌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 만한 분은 다 안다’는 박 전 대표의 ‘쐐기 발언’이 비대위의 결론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박 전 대표는 어렵게 합의한 원칙과 기준을 정치 상황이 달라졌다고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행태에 대해 본능적인 거부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표가 ‘천막당사’로 한나라당을 일으켜 세웠지만 기득권(당권)을 주장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떨어진 사실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불리함을 감수하고 당권-대권 분리에 동의한 박 전 대표로선 정치 상황이 바뀌었다고 다시 경선 룰을 바꾸자는 주장을 납득할 수 없었을 것이란 얘기다.

○ 권영진, “변화 두려워하면 국민 외면”


소장파 의원들은 20여 일 동안 8차례에 걸쳐 진행된 비대위 논의가 ‘박근혜 가이드라인’대로 귀결된 데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계파 색이 옅은 한 비대위원은 “친박계 의원들은 각종 중재안이 나와도 ‘거북이 등껍데기’처럼 (딱딱해) 가이드라인에서 한 발짝도 양보하지 않으려 하는 바람에 소장파와 첨예하게 대립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비대위원은 “친박계가 앞으로 매번 당무 현안을 놓고 특정인의 의견을 ‘녹음기’처럼 주장하는 현상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논의 과정에서 중재안을 거듭 제시했던 소장파 권영진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가이드라인’ 논란에 대해 “언급을 않겠다”면서도 “변화를 두려워하고 현상 유지만 하다간 국민들로부터 박수 받지 못할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박 전 대표를 비판했다. 권 의원은 이날 공개회의에서도 “비대위 논의를 보면 (일부 의원은) 계파의 대리인 역할을 하거나 계파의 이익만 앞세웠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친박계와 소장파는 서로 힘을 모아 황우여 원내대표 체제를 탄생시키면서 신주류로 올라섰지만 ‘박근혜 가이드라인’ 논란을 거치며 갈라서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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