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일 노골적으로 남북 비밀접촉 사실까지 전격 공개한 것은 뭔가 감정적으로 크게 격앙된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국군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등 북한 수뇌 3대의 얼굴 사진이 붙은 사격 표적지를 사용한 것이 북한의 전격 공개를 촉발했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도 “북한 수뇌의 사진을 사격표적지로 활용한 것이 알려진 게 이번 사태에 정말 영향을 많이 미쳤다”고 말했다.
북한에선 김일성 유일체제가 확립된 1967년 이후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얼굴을 찍은 사진까지 신성시하고 있다. 이른바 ‘1호 사진’이라 부르며 특별관리하는 것. 김정은이 후계자로 공식화된 이후 그의 사진도 1호 사진으로 분류해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호 사진은 노동신문을 비롯한 모든 북한 매체의 첫 페이지에 실린다. 1호 사진을 훼손하거나 모독할 경우 보위부로 끌려가 자아비판을 하거나 징계를 받는다고 한다. 수해가 났을 때 1호 사진부터 챙겨 나온 주민이 ‘영웅’ 칭호를 받는 일도 있었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 체제 유지의 신성한 상징물인 김일성 일가의 사진이 사격 표적지로 사용된다는 사실이 북한 지도부를 감정적으로 격앙케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일부 야전부대에선 장병들의 대적관을 강화하고 훈련 성과를 높이기 위해 사격훈련에 김일성이나 김정일 부자의 사진이 붙은 표적지를 사용해 왔다. 지난달 30일엔 경기 지역의 일부 예비군훈련장에서도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의 사진이 담긴 표적으로 사격훈련을 한 사실이 보도됐다. 그 직후 북한 국방위원회는 군 통신선 차단과 전면공세를 위협했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자 군 당국은 조만간 일선 부대와 예비군훈련장에 북한 수뇌부의 사진이 붙은 사격 표적지 사용을 자제하고 표준표적지를 사용하라는 지침을 내릴 방침이다. 군 소식통은 “북한을 과도하게 자극한다는 일각의 지적을 고려하고, 표준표적지를 사용해도 사격훈련 효과는 충분히 거둘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표준표적지는 표적 무늬와 숫자만 표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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