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사실상 남북관계 차단 입장을 밝힌 지 하루 만인 2일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을 제정하고 나선 속내가 궁금하다.
이번 법 제정은 지난 4월 현대그룹의 금강산 관광사업 독점권 취소 입장을 밝히고 금강산 지역을 국제관광특구로 지정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수순밟기로 보인다.
2008년 8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망사건 이후 남한의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상황에서 북한이 금강산 지역을 외국 투자가들에게 개방해 관광을 재개하겠다는 뜻을 단계적으로 실천에 옮기는 셈이다.
이에 따라 2일 발표된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에는 "다른 나라 법인, 개인, 경제조직이 투자할 수 있다" "특구에서는 무사증제를 실시한다" "특구에서의 관광은 외국인이 한다" "특혜관세제도를 실시한다" 등의 조항을 만들어 외국인 투자 유치를 겨냥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그러면서도 "남측 및 해외동포, 공화국의 해당 기관, 단체도 투자할 수 있다" "남측 및 해외동포도 관광을 할 수 있다" "기업은 다른 나라 또는 남측 및 해외동포 노력(노동력)을 채용할 수 있다" 등의 조항을 통해 현대그룹과 관광사업을 계속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이런 점 등을 놓고 볼 때 북한의 이번 조치는 외국인 투자 유치 의사를 분명히 밝힘으로써 남한의 금강산 관광 재개를 압박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을 낳고 있다.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이 금강산 지역에 외국 자본을 유치하겠다는 뜻을 법 제정을 통해 문서로 밝혔지만 투자가 제대로 이뤄질지 미지수"라며 "외자 유치보다는 이러한 제스처로 현대그룹과 남한정부를 압박해 정부의 관광재개 조치를 이끌어 내는데 초점이 맞춰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날 북한 측의 발표가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비밀접촉 내용을 국방위원회 대변인이 전격적으로 공개하고 남한정부와 더 이상 상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지 하루 만에 나왔다는 점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처럼 연일 대남압박 공세를 펴는 것은 현 정부에 대북 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성격도 담긴 것으로 해석한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남측이) 대북대결정책을 완전히 포기한다면 혹시나 구원의 손길이 뻗쳐올 수도 있겠다"고 대화의 여지를 남긴 것은 이런 분석에 무게를 실어준다.
앞서 국방위 대변인이 지난달 30일 남한 정부와 더 이상 상종하지 않을 것이며 동해 군(軍)통신선을 차단하고 금강산 지구 통신연락소도 폐쇄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번 금강산법 제정은 그동안의 대남 압박조치 연장선에서 볼 수 있다"며 "금강산을 외국인에게 개방함으로써 이명박 정부에서 남북협력의 상징인 금강산 관광까지 파탄됐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