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7·4전당대회 ‘경선 룰’을 놓고 다시 내홍에 휩싸였다. 당초 한나라당은 21만여 명의 선거인단이 ‘1인1표’를 실시해 1위 득표자가 대표가 되고 2∼5위가 선출직 최고위원이 되는 방식의 경선 규정 개정안을 7일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에서 확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당내 소장파가 개정안에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비상대책위원회는 상임전국위와 전국위에 앞서 7일 오전 8시 반 의원총회를 열기로 해 하루 종일 격론이 예상된다.
소장파 측은 여론조사 없이 선거인단의 1인1표제만으로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으면 여전히 조직력이 강한 범친이(친이명박)계 구주류 측의 지원을 받는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엔 전대에서 당권(대표직)은 물론이고 최고위원 진출도 쉽지 않아 보인다는 절박감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선거인단이 크게 늘었다고는 하지만 조직력에서 열세이고 대표-최고위원 분리 선출 방식도 관철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7·14전대에서 초선쇄신파 대표격으로 나선 김성식 의원이 11명 중 10등을 차지했던 기억도 소장파 의원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반면 정의화 비대위원장은 소장파의 반발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정 위원장은 4일 성명에서 “과거 1인2표제는 계파별 합종연횡에 따른 ‘나눠먹기’식 구태였다”며 “선거인단을 21만 명으로 늘렸기 때문에 여론조사가 없어도 민의를 반영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범친이계는 소장파의 행태에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혹시 전대 룰이 다시 뒤집어지지 않을까 경계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전대에서 당권 탈환이 가능하다는 섣부른 기대감도 감지된다. 다만 범친이계는 유리해진 환경에도 불구하고 아직 뚜렷한 대표 후보를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친박(친박근혜)계는 개정 경선 룰에 대한 호불호를 공개적으로 나타내지는 않았다. 그러나 소장파의 우려에 공감은 하는 분위기다. 친박계의 한 핵심 의원은 “1인1표제는 특정 계파가 주도해 변경한 것으로 줄 세우기가 극심할 것”이라며 “경선 룰이 재수정되도록 소장파를 돕겠다”고 밝혔다. 다른 친박계 중진 의원도 “비대위가 만든 것은 가안이며 상임전국위는 심의기능이 있다”고 말했다.
7일 의총 이후 열리는 상임전국위와 전국위가 경선 규정을 다시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이해봉 전국위의장이 친박계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그러나 실제로 친박계가 소장파와 손을 잡고 조직적으로 경선 룰 뒤집기에 나설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분위기가 앞선다. 3일 이 대통령과 단독 회동을 가진 박 전 대표가 ‘경선 룰’에 대해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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