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갈등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7·4전당대회의 경선룰 개정을 위해 7일 열린 당 전국위원회는 일부 당원들이 반발하면서 ‘난장판’이 돼 버렸다. 특히 이들은 전국위 의결 내용을 인정할 수 없다며 소송에 나설 태세여서 새 지도부를 뽑는 전대가 갈등과 분열의 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편 소장파와 친박(친박근혜)계가 연합한 신주류는 전대 경선룰 개정에서도 자신들이 원하는 구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 신주류의 완승
전대룰의 마지막 쟁점은 1인1표제와 여론조사 반영 여부였다. 현재는 1인2표제에 여론조사를 30% 반영해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다. 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선거인단을 기존 1만 명에서 21만 명으로 대폭 늘리기로 한 만큼 1인1표제에 여론조사를 반영하지 말자는 최종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신주류는 1인1표제로 가면 ‘계파 선거’가 될 수 있다며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당헌·당규 개정권한이 있는 전국위에는 비대위 안만 올라가기 때문에 의총 결과는 큰 의미가 없었다. 그럼에도 황우여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표결을 강행했다. 그 결과 △1인2표 제 49명 △1인1표제 32명으로 1인2표제 주장이 조금 더 많았다. 또 여론조사를 반영하자는 의견(50명)이 반영하지 말자는 의견(29명)을 앞섰다.
어떤 주장도 전체 의원(172명)의 절대적 지지를 받지는 못했지만 의총 직후 열린 상임전국위원회(당규 개정)와 전국위원회(당헌 개정) 회의에는 신주류의 주장이 새로운 안건으로 올라갔다. 결국 비대위 최종안이 전국위에서 모두 뒤집히면서 신주류가 완승을 거뒀다. ○ 극한 발언 ‘막장’ 연출
문제는 전국위에서 정상적인 표결 절차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전국위 회의가 시작되자 현기환, 이종혁 의원 등 친박계가 중심이 돼 여론조사를 반영해야 한다고 분위기를 잡아갔다. 하지만 역선택이나 인기투표 가능성이 있는 여론조사는 필요 없다는 당원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논쟁이 계속되자 전국위 의장인 친박계 이해봉 의원은 “위임장을 낸 266명의 의결권이 의장에게 있다”고 선언했다. 전체 전국위원 741명 중 이날 참석자는 164명에 그쳤다. 결국 266명의 표가 의장에게 위임돼 있다면 참석자들의 의견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상태였다.
이에 일부 당원들이 “짜고 치느냐”며 고함을 지르자 이 의원은 “정치를 그렇게 배웠느냐”며 물러서지 않았다. 현 의원도 “누가 짜고 치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결국 어수선한 상황에서 이 의원은 “현행대로 여론조사를 30% 반영하겠다”며 방망이를 두드렸다. 회의장을 빠져나가려는 이 의원에게 당원들이 몰려들면서 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일부 당원은 이 의원을 향해 “청산해야 할 사람”이라며 극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 전대까지 험로 예고
이 의원은 “양쪽 이야기를 충분히 들었고 위임장에 ‘모든 의결사항을 의장에게 위임한다’고 써 있어 의결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직자들조차 이 의원의 해석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위임장의 문구는 최종 의결내용에 동의한다는 뜻이지 쟁점이 되는 사항을 결정할 때 의장 뜻대로 하라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전국위 결정에 반발한 당원들은 즉각 소송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전대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소송이 제기되면 당장 게임의 룰을 둘러싼 논쟁에 당 전체가 휩싸일 수밖에 없다. 또 누가 당 대표가 되더라도 상대 진영에서 승복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아 집권여당이 또다시 리더십 실종 상태로 내몰릴 수도 있다.
표의 등가성(等價性)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선거인단은 21만 명에 이르는 데 반해 여론조사에 참여하는 수는 2000여 명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여론조사 반영비율이 전체 표 집계의 30%를 차지함에 따라 대의원 한 명의 표보다 여론조사 응답자의 한 표가 90배가량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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