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전대룰 ‘여론조사 30% 반영-1인2표’ 원위치… 신-구주류 갈등 증폭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8일 03시 00분


비대위案 없던일로… 멱살잡이 아수라장

4·27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쇄신과 변화를 다짐했던 한나라당이 여전히 중심을 잡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7일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를 잇따라 열어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할 7·4전당대회 경선 규정을 논의한 끝에 2일 비상대책위원회가 의결한 ‘경선 룰’을 닷새 만에 뒤집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당권-대권 분리 △대표-최고위원 분리 선출 △선거인단 1인 2표제 △여론조사 30% 반영 등 현행 경선 규정 그대로 전대를 치르게 됐다. 현재 1만 명인 대의원 수를 21만 명으로 늘린 것이 유일한 변화다. 이에 앞서 비대위의 1인 1표제와 여론조사 폐지 결정은 백지화됐다.

그러나 경선 규정 의결 과정에서 친박(친박근혜)계인 이해봉 전국위 의장이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전국위원 266명의 위임장을 받았다며 여론조사 규정의 현행 유지를 일방적으로 선포하자 일부 전국위원이 격렬하게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고성과 몸싸움, 멱살잡이 같은 구태까지 연출됐다. 친이(친이명박)계 구주류 측은 이 의장의 결정에 대한 적법성 문제를 따질 예정이어서 앞으로도 분란이 예상된다.

전국위 의결 결과가 알려지자 당내에선 “그동안 비대위에서 새벽까지 격론을 벌이며 논의한 결과가 고작 이것이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의사 결정 과정을 보면 이건 공당이라고 할 수도 없다”면서 “유명무실한 비대위는 해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권-대권 분리는 박근혜 전 대표의 반대 의사 표시에 좌절됐고, ‘나눠 먹기’를 막기 위한 명분으로 도입하려던 1인 1표제 역시 소장파의 반발로 의총까지 연 끝에 결국 백지화되는 등 당초 비대위가 검토한 방안이 대부분 무산됐기 때문이다.

쇄신을 주장해온 소장파는 “당에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막상 경선 규정 결정 과정에선 자신들의 유불리만을 따지며 현행 규정을 고수하는 정략적인 모습을 보였다. 친박계에 대해서도 박 전 대표가 제시한 ‘가이드라인’만 충실히 따랐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대 규정을 놓고 내홍을 겪고 있는 한나라당은 저축은행 게이트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직접 수사기능 폐지 등 주요 현안에 대해서도 야당에 끌려 다니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정의화 비대위원장은 사퇴 등 거취 문제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는 8일 오전 조찬 모임을 갖고 진로를 논의할 예정이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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